리프트도 필요없다. 스키를 신은 채로 산에 오른다. 바위와 숲을 지나 오른 정상. 그 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역동적으로 뻗어 내린 능선과 계곡.
활강이 시작된다. 찬바람을 가르며 자연 그대로의 산비탈을 내려오는 다이나믹한 질주. 리조트처럼 붐비는 스키어들도 없다. 다듬어 놓은 길도 없다. 넘어져도 주변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저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 뿐이다.
알프스, 안데스 또는 뉴질랜드의 산맥 등 외국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산악스키가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산악스키 동호회가 결성돼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전문강사까지 둔 강습소도 등장했다. 또 산악스키 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산악스키는 말 그대로 스키를 신은 채 산에 올라 활강으로 내려오는 것. 북유럽의 노르웨이 핀란드 등 눈덮인 구릉지대에서 보행 및 운송수단으로 시작된 스키는 20세기 초 알프스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오늘날과 같은 활강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리프트가 없었던 당시에는 스키를 신거나 들고 산에 올라야했다.
산악스키가 가능한 지형은 나무와 바위 등 장애물이 적고 비탈이 펼쳐진 곳이어야한다. 대체로 해발 2000m 이상의 수목 한계선 위쪽이 좋다. 이런 곳에서는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작은 나무나 초원으로 이루어져 눈만 쌓이면 자연 슬로프가 된다.
이같은 지형을 갖춘 곳은 백두산 일대. 남한에서는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국내 산악스키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산악스키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면서 일부 스키마니아들이 비슷한 조건을 지닌 지형을 찾아나섰다.
현재 국내 산악스키는 대관령 일대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목장이 많은 대관령 일대는 초지가 발달해 있고 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산악스키를 하기에 안성맞춤. 이밖에 한라산 서북쪽과 소백산 광덕산 북한산 등지에서도 산악스키가 가능하다.
최근 동호회원 10명과 함께 청태산으로 산악스키를 다녀온 김효정씨. “일반 슬로프와 달리 자연설에서 타는데 자연설은 부드러워 힘이 더 든다. 나무와 돌 등 장애물도 많다. 따라서 기술이 필요하지만 훨씬 재미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적은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청태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약 5시간에 걸쳐 등산과 활강을 했다.
한편 레포츠전문업체인 넥스프리(www.nexfree.com 02-753-8005)에서는 30일, 2월4일, 2월27일 세차례에 걸쳐 용평리조트와 대관령일대에서 산악스키 강습을 실시한다. 매회 3박4일 29만원. 산악스키 전문강사가 지도한다.
산악스키 동호회원들이 모여 만든 대한산악스키협회(02-2276-0989, www.mountski.com)는 2월말까지 개인 및 단체 강습을 실시한다. 개인강습은 하루 4시간 7만원, 일반 강습(15명 1조)는 하루 4시간 3만원 선이다.
또 2월9일에는 청태산자연휴양림에서 산림청주최 대한산악스키협회주관으로 약 6km를 달리는 산악스키대회가 열린다. 당일 오전까지 접수.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 필요한 장비 어떤게 있나
산악스키 때는 장비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우선 부츠는 방수기능이 있어야 한다. 등반을 위해 밑창이 고무창으로 된 것도 있다. 부츠와 스키를 연결하는 바인딩이 중요하다. 언덕을 오를 때 뒤축이 스키본체와 분리되는 것이라야 한다.
스키는 가볍고 적당히 유연한 것이 좋다. 길이는 키에 맞추면 적당하다. 스키 길이가 짧으면 속도를 낼 때 스키가 떨리고 컨트롤하기 어렵다.
폴은 바스켓이 조금 큰 것을 쓰도록 한다. 폴로 눈의 깊이를 재고 손잡이 부근에 곡괭이 모양의 피크를 설치하여 넘어졌을 경우 지지대로 사용하도록 고안된 폴이 있다.
산을 오를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스키 바닥에 붙이는 ‘클라이밍 스킨’도 필요하다. 해표가죽으로 만든 제품이 있는데 진행방향으로 결이 나있다. 반대쪽으로 미끄러질 때는 이 결이 미끄럼 방지 역할을 한다. 인공제품도 많으며 때로는 스키용 아이젠을 부착하기도 한다.
산악스키에서는 날씨에 신경을 써야한다. 또 스키를 신은 채 산에 오르는 기술과 자연설활강에 필요한 여러 기술, 넘어졌을 때의 제동기술 등이 필요하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산악스키협회 자료실(www.mountski.com)을 참고하면 된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