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의 모 병원은 최근 1년 사이에 외래환자가 30% 이상 줄면서 매출이 28억원이나 감소했다. 병상의 30%를 폐쇄했지만 직원 월급을 1, 2개월 못 줄 정도로 형편이 좋지 못하다. 의료계에는 이 병원이 100억∼150억원 정도로 인수자를 물색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대형 병원의 덩치키우기 경쟁과는 대조적으로 병상 100석 안팎의 중소 병원은 환자가 없어 병상을 줄이거나 심지어 병원을 팔려고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1차 의원→2차 병원→3차 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전달체계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2차 병원들은 대부분 의료진 부족과 환자 급감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몸담고 있던 의사들이 개원을 이유로 대거 빠져나가는 데다 새로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들은 2차 병원을 ‘2류’로 여겨 동네의 1차 의원을 거쳐 곧바로 종합병원으로 몰려간다.
이 때문에 2차 병원들의 매출이 급감해 상당수가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에만 현재 6개의 2차 병원이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북구 A병원, 서울 서초구 B병원 등 병상 100석 안팎에다 직원 100∼150명 규모의 병원은 100억원 정도에 나와 있다. 개원 1년을 조금 넘긴 경기 양평의 C병원도 비슷한 액수로 나와 있고 서울 강남의 D병원은 130억원에 내놓았다.
의료계에서는 2차 병원들이 직원의 동요와 매물가 하락을 우려해 은밀하게 매매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매물로 나온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2차 병원들은 대형 병원의 ‘브랜드’를 이용해 현실을 타개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경우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 병원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문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 병원에 아예 모든 운영을 맡기겠다는 2차 병원들도 많다. 신현호(申鉉昊) 의료전문변호사는 “대형 병원에 모든 운영을 맡기고 적정 수준의 수수료만 받을 테니 조건에 맞는 대형 병원을 찾아달라는 중소 병원의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매물로 나온 대부분의 2차 병원이 결국 도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희망 매매가가 100억원 이상이나 되는 데다 건물 자체가 병원 특성에 맞춰 지어져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어려워 매매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지역 거점병원인 2차 병원들이 무너지면 가벼운 질환에 걸린 환자도 모두 대형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응급처치가 늦어져 결국 환자들만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