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은 걸프지역에 병력을 증파하기로 하는 등 대 이라크 군사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아직 이라크를 공격할 명분이 없다”며 조기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대량살상무기(WMD)확산 방지와 테러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 모인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조기 이라크전쟁’ 원칙에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빌팽 외무장관은 미 행정부의 ‘조급함’을 비난하면서 “이달 말 미국이 제출할 가능성이 있는 이라크 공격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드빌팽 장관은 그러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비공개협상에서 ‘유엔이 2개월 이상 추가사찰을 통해 이라크 정부가 무장해제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다면’ 대이라크 전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달부터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도 “전 세계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시한 연장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20일 텍사스 주둔 제4보병사단을 주축으로 하는 3만7000명 규모의 특별기동부대를 걸프지역에 파병한다고 군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4보병사단은 가장 정교한 정보수집체계와 지휘 통제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첨단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도 같은 날 예상을 뛰어넘는 3만1000명의 병력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항모 아크로열호와 헬기항모 오션호,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장착한 트라이던드 잠수함 등을 포함한 해군 전투단도 이미 출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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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엔 무기사찰단은 20일 이라크 정부와 사찰 활성화를 위한 10개항의 공동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1차 사찰보고서 제출시한인 이달 27일 이후의 추가사찰을 기정사실화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7일 안보리에 건넬 사찰보고서는 ‘사찰활동이 이제 절반 진행됐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스 블릭스 유엔사찰단장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