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여든 노인이 대학 졸업 50여년 만에 다시 대학입시에 응시해 합격했다.
신입생을 모집 중인 충북 청원군 충청대학 관광학부(관광일어통역 전공)의 대학졸업자 특별전형에 20일 원서를 낸 이운봉(李雲峰·80·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옹.
이옹은 정원 외 20%를 선발하는 이 대학 대졸자 무시험 특별전형에 합격, 3월이면 손자뻘되는 학생들과 함께 ‘03학번 새내기’가 될 예정이다.
국민대 법학과 47학번으로 1949년 대학을 졸업한 이옹이 54년 만에 또 대학생이 되는 셈이다.
1923년 충북 보은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닌 뒤 일본에서 중고교를 나온 이옹은 1943년부터 광복되던 때까지 황해도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옹은 이후 고향으로 내려온 뒤 1년반 정도 농사를 짓다가 국민대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고향인 보은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 1988년 충북 수정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 했다.
손녀손자들 재롱을 보며 편안히 여생을 지낼 이옹이 새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열린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에서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정년퇴직 후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사진촬영과 방송시설 운영 등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할 일을 찾던 이옹은 자신의 특기인 일어회화 공부를 다시 시작, 1997년 1급 일본어 자격을 따놓은 상태. 이 때문에 오송엑스포에서 누구 못지않은 실력으로 통역 봉사를 했지만 이옹은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기왕이면 통역사 자격증을 따고 싶었다”고 했다.
이옹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절약해 퇴임 직전 교장으로 근무하던 보은군 동광초교와 수정초교의 불우학생들에게 해마다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남다른 ‘제자 사랑’도 실천하고 있다.
이옹은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된다”면서도 “학업에 최선을 다해 통역사 자격증을 따 통역자원봉사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