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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7천만원 현금수송車 털렸다

입력 | 2003-01-22 18:33:00

충남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이 22일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 지하주차장 입구에 버려진 한국금융안전 소속 현금수송 차량의 텅 빈 금고를 정밀조사하고 있다. 이 금고에는 4억7000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대전〓연합


연말연시 방범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출근길 대전 도심에서 현금수송 차량이 도난당했다. 이 차량은 4시간50분 만에 발견됐으나 실려 있던 현금 4억7000여만원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범인들은 차량 도난경보장치를 1, 2분 만에 가볍게 부수고 차량을 훔쳤으며 3중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차량 내 금고를 순식간에 뜯어내는 등 전문가 뺨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 개요=22일 오전 8시29분경 대전 중구 은행동 패션몰 밀라노21 후문 앞에서 현금호송 대행사인 한국금융안전㈜ 소속 현금수송 차량(승합차)이 도난당했다.

이 차량은 이날 오후 1시20분경 현장에서 1㎞가량 떨어진 문창동 W파크 여관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안의 금고 3중 자물쇠가 절단되고 현금은 모두 없어진 채 발견됐다. 이날 현금 수송은 한국금융안전 호송요원 백모(28) 이모씨(29) 등 2명이 맡았다.

백씨는 경찰에서 “차 문을 리모컨으로 잠근 뒤 밀라노21 안에 있는 H은행 현금자동지급기 3대에 2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채워 넣고 돌아와 보니 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백씨 등은 밀라노21의 지하 1층과 지상 5층의 현금지급기에 돈을 채우고 난 뒤 오전 9시5분경 되돌아와 차량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신고했다.▽치밀한 수법=호송요원들이 현금수송 차량을 주차한 시각은 오전 8시26분. 호송요원들은 곧 밀라노21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5층에 있는 현금자동지급기에 돈을 채워 넣기 위해 건물로 들어갔다.

범인들은 이 ‘틈’을 노렸다. 경찰이 밀라노21 후문 쪽의 폐쇄회로TV를 판독한 결과 현금수송 차량은 오전 8시29분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진 것으로 밝혀졌다. 호송요원 백씨 등이 현금을 갖고 건물에 들어간 시간을 감안하면 불과 2분여 만에 차를 훔친 것. 그러나 폐쇄회로TV는 차량의 뒷부분만 비추고 있어 범인들의 모습은 잡히지 않았다.

범인들은 대담했다. 불과 1㎞ 떨어진 W파크 여관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금고를 뜯어냈다. 경찰은 밀라노21의 현금지급기 작업이 40분 남짓 걸린다는 사실을 범인들이 미리 알고 차량 도난 사실이 발각되기 전 금고 해체작업을 하는 ‘시간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호송요원들은 39분 만에 작업을 마치고 오전 9시5분경 주차했던 곳에 돌아와 도난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대전에서 금산 쪽으로 향하는 이면도로에 빈 돈가방을 버리고 다른 차량으로 도주했다.

▽누구의 소행인가=경찰은 범행지점이 인근 파출소에서 불과 40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차량 보닛 안쪽의 도난경보음 배선을 순식간에 끊고 차량을 훔쳐 달아난 점으로 미뤄 내부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특히 훔친 차를 세워놓고 금고를 뜯어낸 W파크 여관이 지난해 8월 이후 영업을 하지 않아 인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범인들이 이 지역 지리와 사정을 잘 알고 있거나 면밀히 사전 답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백씨 등이 “카오디오 수리 때문에 문제의 현금수송 차량을 2주 전 대전시내 한 카센터에 차 열쇠(리모컨 포함)와 함께 맡긴 적이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차 열쇠가 복제되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