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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지구기행]캐나다 올드 퀘벡 아이스호텔

입력 | 2003-01-22 18:53:00

아이스호텔 내 얼음객실 가운데 규모가 큰 스위트룸 내부. 얼음 탁자와 의자, 침대가 있고 TV세트도 있다.올드퀘벡뒤시네(캐나다퀘벡주)=조성하기자



《지구 곳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 하나. 방한의류나 신발, 장갑은 역시 캐나다 것이 최도가. 그 만큼 겨울 추위가 매섭다는 이야기. 겨울 진풍경을 보자면 캐나다가 제격이다. 온통 얼음과 눈으로 만든 아이스호텔, 빛의 환상곡이라 불리는 오로라, 북미 유일의 성곽도시 올드 퀘벡의 윈터 카나발 등등….겨울이 아름다운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자.》

“춥지 않을까?”

피부색은 달라도 생각은 같은 모양이다. 아이스호텔의 객실 안은 온통 얼음이었다. 바닥 벽 천정 기둥은 물론 샹들리에 탁자 의자 소파 베드까지도 몽땅 얼음. 얼음덩어리 침대에는 무스(사슴종류) 가죽 한 장이 깔려 있다. 그 위에 놓인 두툼한 이불을 들추면서 ‘춥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는데 미국인 관광객이 똑같이 묻는 것이었다.

얼음블록으로 지은 아이스호텔의 외벽과 지붕은 눈으로 덮여 있다.

그 대답은 의외로 쉽게 구했다. 아이스호텔 로비의 압솔루트 아이스 바에서 만난 미국인 부부의 말, “지낼 만 하던데요.” 알래스카 빙원에서 물개 사냥 나온 에스키모는 텐트 대신 이글루에서 야영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구나. 얼음집이 얼음창고는 아니구나.

1만2000톤의 눈과 400톤의 얼음, 그리고 19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이 기상천외한 호텔. 총면적 3000㎡에 높이가 5.4m나 되는 이 얼음건물에는 컴퓨터 TV가 갖춰진 스위트룸 등 객실 31개와 로비, 웨딩채플(결혼식 전용 예배당), 전시실(2개)과 영화관에 콘서트 룸까지 있었다. 안마당에는 야외 자쿠지(고압 물 분사 소형욕조)도 있다.

자쿠지만 빼고 모든 시설을 얼음과 눈으로 만든 현대판 이글루 아이스호텔. 지구상에 단 두 곳, 여기 뒤시네와 아이스호텔을 고안한 스웨덴에만 있다. 로비의 바(Bar)에 ‘압솔루트’ (Absolut·스웨덴의 대표적인 보드카 이름)라는 이름이 내걸린 것에서 보듯이 이 호텔의 원전은 스웨덴이다. 보드카의 명산지로 이름난 세 나라,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공통점이라면 북극권 근방의 추위 강국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추위를 이기는 ‘영약’ 보드카가 활개칠 수 밖에….

압솔루트 바에서 보드카 한 잔을 주문했다. 그랬더니, 역시 아이스호텔답다. 얼음 잔에 따라 주는 것이 아닌가. 얼음을 넣을 필요가 없는 얼음 잔. 멋진 아이디어다. 한 모금 들이키니 캐나다의 멋진 겨울이 목안에서 짜르르르 느껴진다. 식당에서는 얼음접시에 음식을 낸다. 이 아이스호텔에 왔다가 얼음 잔 보드카 한 잔 마시지 않았다면 그 여행은 무효다.

아이스캐슬 뒤로 보이는 섯은 올드퀘벡의 랜드마크인 호텔 샤토 프롱트낙의 지붕.

이날 웨딩채플에서는 결혼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하와이 원주민. 하객은 얼음의자에 앉아, 주례는 얼음강단에 서서, 신랑신부는 얼음복도에서 행진하는 희귀한 결혼식이었다. 숙박료는 250 캐나다달러.

아이스호텔 주변은 거대한 설원이다. 아이스링크에서는 스케이팅, 설원에서는 스노모빌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긴다. 스노모빌 드라이빙은 대중적인 이 곳 뒤시네의 대중적인 레포츠. 30㎞나 이어지는 숲가 눈길을 시속60㎞로 달리다 보면 아스팔트 도로도 만나지만 스노모빌은 거침없이 통과한다.

올드 퀘벡의 오후.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18세기 성벽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이룬 북미유일의 성곽도시인 이곳에서는 윈터 카나발(Winter Carnarval)이 한창이었다. 매년 1월말 가장 추울 때 열리지만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설원의 축제 장은 온종일 사람들로 붐볐다. 성곽 안 골목에서는 개 썰매 경주가 열렸다. 성벽 외곽의 공원 눈밭에서는 튜브 미끄럼과 말 썰매 및 개 썰매를 즐긴다. 두툼한 모자와 장갑차림의 주민들이 포도주를 연신 들이키며 혹독한 추위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밤이 와도 축제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불 밝힌 설원의 축제 장은 밴드의 음악소리와 밝은 조명에 휩싸여 있었다. 놀이터 눈밭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유쾌했다. 길 건너 주정부 청사 앞의 아이스 캐슬(얼음궁전). 정교하게 제작된 이 얼음건물은 환상적인 모습을 비추는 색색의 조명과 음악의 시청각 효과로 동화 속 나라처럼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윈터 카나발이 열린 올드 퀘벡의 겨울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올드퀘벡뒤시네(캐나다퀘벡주)〓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올드 퀘벡(Vieux Qeubec)=주민의 95%가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주의 수도. 신대륙에 진출한 프랑스인이 최초로 정착한 곳으로 세인트 로렌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해발 1067m)에 있다. 도시가 온통 성벽으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요새여서 ‘북미의 지브롤터’라고 불린다. 1690년 프랑스의 프롱트낙 공작이 필립 제독이 이끄는 영국군을 물리쳐 프랑스의 힘을 과시했지만 1759년 아브라함 평원의 전투에서 제임스 울프 장군의 영국군에게 패퇴, 퀘벡은 영국 땅이 되었다. 그런데도 프랑스 언어와 문화가 지금까지 맥맥히 이어진 것은 1774년 영국과 강화조약을 체결한 후 프랑스 문화와 종교를 유지하고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기 때문. 현재의 성곽은 1775년 미국 리처드 몽고메리 장군의 공격이 실패한 뒤 영국군이 쌓은 것. 올드 퀘벡의 랜드마크인 성곽중앙 언덕 위의 샤토 프롱트낙 호텔은 프롱트낙 공작의 이름에서 연유했다. 2월 평균기온은 영하16∼영하 6도.

◇퀘벡 윈터 카나발(www.carnaval.qc.ca)=올해로 49회.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겨울축제로 올드 퀘벡에서 열린다. 올해는 31일∼2월 16일. 유빙으로 뒤덮인 세인트 로렌스 강을 건너는 카누경기, 맨몸으로 눈 속을 헤집는 눈 목욕(Snow Bath)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아이스호텔(www.icehotel-canada.com)=올드 퀘벡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의 뒤시니(Duchesnay)에 있다. 숙박비는 1박(2인 1실 기준)에 458 캐나다달러부터. 40번 도로를 타고 가다 295번으로 갈아탄다.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www.travelcanada.or.kr)=02-3455-6063

▼체험 자유여행 패키지▼

에어캐나다(www.aircanada.co.kr)의 FIT(자유여행자) 프로그램인 ‘홀리데이즈’(왕복항공권+호텔숙박+공항·호텔셔틀서비스)의 ‘아이스호텔 & 펀 홀리데이’(5박6일 일정). 아이스호텔이 있는 뒤시니의 이코투어리스틱 센터(2박) 및 아이스호텔(1박) 숙박. 1월 29일 이후 195만원(그 전은 205만원). 02-3788-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