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출판기획자로 나오는 다니엘. 출판기획자가 뽑아내는 ‘꿈의 기획’도 탄탄한 현실적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씨앗 같은 아이디어로부터 책이라는 열매를 거두고, 독자의 손에 전해지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배’하는 출판기획자. 출판기획자가 되려면?
누구나 처음부터 기획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판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뒤 교열과 편집 등 책의 제작공정과 관련된 업무를 수년간 습득하면서 그 과정에서 예비기획자로서의 감각을 익히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41)는 “‘이 책을 내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라는 제안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운이 좋아야 한두 번에 불과하다”며 “1년 내내 기획을 하려면 책의 ‘육체’를 만질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레이아웃과 그림 및 사진 배치 △교열 교정 △타깃 독자에 맞춰 필자와의 대화를 통한 원고 수정 및 관리 △필자 스케줄 관리, 홍보 대상자들과 관계 맺기 등의 과정을 한 단계씩 거쳐, 짧으면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전반적인 책 제작과정을 겪고 훈련받아야 한다는 것.
이 과정을 거쳐야만 출판 아이템의 발상과 선정을 비롯해 필자 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진정한’ 출판기획자가 탄생한다.
‘책세상’의 김광식 주간(45)은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만 기획자가 될 수 있다”며 “아이디어나 꿈만 가지고 기획을 할 수 없다. 꿈같은 기획안은 탄탄한 현실적인 토대 위에서 탄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 기업체와 같은 공채보다 웹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게시하거나 인맥으로 아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학력은 대개 대졸 이상이며, 회사에 따라 국어 영어 논술 등의 필기시험을 보기도 하고 면접만 치르기도 한다. 초임 연봉은 1200만∼2100만원까지 천차만별.
각 출판사의 웹사이트나 현역 출판편집·기획자들이 모여 만든 사이트 ‘북에디터(www.bookeditor.org)’의 ‘구인·구직’란에 꾸준히 게시되는 정보들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북에디터’ 사이트에는 출판기획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참고가 될 자료들이 많다.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홈페이지(www.kpmac.net)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겨레 문화센터(www.hanter21.com)의 ‘출판기획’ 강좌와 출판인협회(www.kopus.org)에서 개설한 ‘출판아카데미’ 강좌도 출판계에 입문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현역 출판기획자들은 무엇보다 ‘충분한 독서 경험’과 ‘세상 읽는 눈’이 좋은 출판기획자가 되기 위한 ‘필수 무기’라고 입을 모은다.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부장(34)이 꼽은, 출판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자질.
△시대를 읽는 눈. 세상을 보는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에 맞는 교양을 갖추는 것은 기본 △좋은 문장 감각. 좋은 글인지 나쁜 글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수줍어하지 말 것. 사람 만나는 일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