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작고한 신도리코 창업주 우상기 회장은 1970년대 복사기를 등에 지고 동사무소를 직접 돌아다니며 판촉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복사기는 잘 팔리지 않았다. “복사기를 사용하면 일이 훨씬 줄어든다”는 그의 호소에 동사무소 직원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 서류를 직접 베끼는 건데 복사기를 들여놓으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란 말이냐”며 반발했다.
국내 1위 전자저울 업체인 카스도 판매 초기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수치가 정확히 나오는 전자저울을 정육점이나 수산시장에 팔려고 해도 상인들의 반발이 걸림돌이 됐다. “저울이 정확하지 않아야 고기 무게를 적당히 속여 팔 수 있는데 소수점 단위까지 정확히 표시해주면 무슨 수로 속이느냐”는 것이 상인들의 항변.
정확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물건이 안 팔리니 기업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선각자가 겪는 고통은 어느 산업이건 다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이런 어려움을 이겨냈다. 지금 증시에서는 신도리코와 카스 두 업체를 돋보이는 가치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