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으면 돈과 명예도 부질없는 것. 골프로 새생명을 얻었다는 안광용회장.
진명출판사 안광용회장(57·사진). 그에겐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얘기꺼리가 여러 가지 있다. 국내에서 100만권이상 팔렸다는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우연히 미국서점에서 발굴해 번역, 출간한 주인공이 바로 그다.
또 한 가지. ‘클래식의 X-세대’로 불리며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자매 3중주단 ‘안 트리오’의 아버지라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마지막 한 가지. 이건 진짜 비밀이다. 꺼져가던 자신의 생명을 골프로 구한 희한한 경험 얘기다.
그가 난치병인 ‘만성 활동성 간염’에 걸린 것은 20대후반. 치료약이 신통치 않아 이 병의 50%는 간경화로, 50%는 간암으로 악화되던 때였기에 그는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다행히 집안에 여유가 있어 온갖 약과 치료법을 다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골프나 실컷 치다가 죽을 생각에 치료를 중단한 채 1년간 골프장에서 살다시피했습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간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만성 활동성 간염환자의 경우 1만명에 1명 정도만 항체가 생기는데 그 행운이 나에게 온 거죠. 당시 내 주치의 후배 의사들이 지금도 ‘연구대상’이라며 내 간의 샘플을 채취하려고 야단들입니다.”
때문에 그에게 골프는 생명의 은인. 건강을 되찾은 그는 친구들이 ‘골프홀릭’이라고 부를 정도로 골프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2년 만에 싱글핸디캐퍼가 됐고 홀인원 2회, 이글 20개 이상 등 쟁쟁한 기록도 갖고 있다. 그의 최고 성적은 이븐파. 하지만 챔피언티에서 OK퍼팅없이 기록한 것이기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의 골프사랑은 끝이 없다. 50대 나이에 미국 골프대학(Professional Golfers Career College)을 3학기나 수료할 만큼 골프에 매료됐다. 지금까지 라운드해본 미국 골프장은 200곳이 넘는단다.
“자신이 난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골프를 통해 그것을 이뤘습니다.” 그가 밝힌 ‘만성 활동성 간염’의 특효처방은 바로 ‘몰두’와 ‘망각’이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