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속 시원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본인은 못하더라도 타인의 행동에 의해 대리만족을 얻는 경우에 그 시원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탱크’ 박정태(34).
지난 91년 롯데에 입단해 부산팬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한 롯데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바로 그다.
최동원, 전준호, 마해영, 김민재 등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나갔지만 외로이 롯데를 지키고 있던 팀의 간판 박정태.
그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 구단의 홀대 속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에 뼈를 묻고 싶어하는 박정태의 요구액은 2년간 10억원.
하지만 롯데는 2년간 6억원에서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에서 같이 FA를 신청했던 강상수(32)는 3년간 4억원이라는 구단의 제시액에 굴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말까지 도장을 찍어야만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불리한 상황.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이런 상황까지 몰리면 ‘울며 겨자먹기’로 구단의 제시액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야구를 사랑하는 선수가 야구에 대한 애착때문에라도 그라운드에 남기를 원해서다.
결국 구단 입장에서는 다른 구단에서도 찾지 않는 선수의 요구를 무리하게 받아줄 필요가 없다.
선수들은 별 수 없이 자신들의 요구대로 도장을 찍고 그라운드에 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태는 달랐다.
자신의 나이가 비록 34살이지만 야구에 대한, 롯데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고 뛸 수 있는 힘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
자칫 잘못하면 1년간 야구를 쉴 수도 있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박정태는 구단이라는 거인 앞에 당당히 맞섰다.
누가봐도 선수가 불리한 상황이지만 박정태는 자신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며 당당히 요구했다.
팬들은 이런 박정태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일상 속에서 항상 거대한 힘 앞에 굴복하며 초라한 모습을 느꼈던 팬들은 박정태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또 그 행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이제는 단순하게 구단과 선수와의 계약 문제가 아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야구에서 팬들이 선수의 입장에 서려한다.
구단의 판단착오가 팬들의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2003년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연초부터 박정태라는 ‘작은 거인’때문에 힘든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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