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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프로복싱 이인영, 日 야시마에 완승

입력 | 2003-01-24 17:55:00

한국의 이인영(왼쪽)이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복싱 한일 플라이급 챔피언 논타이틀매치에서 일본 야시마 유미의 얼굴에 강한 라이트 훅을 날리고 있다. 김동주기자



“예쁜 얼굴이라 약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맷집이 강했어요. KO로 이기고 싶었는데…. 이기긴 했지만 기분은 그저 그래요.”

한국 여자프로복싱 플라이급 챔피언 이인영(31·산본체육관).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한일 논타이틀전에서 일본 챔피언 야시마 유미(30)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그는 승리의 기쁨보다 오히려 KO승을 거두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국내에서 열린 여자프로복싱 첫 국제대회. 이인영은 남자선수를 연상케 할 만큼 강인한 인상인 데 반해 야시마는 하이틴 잡지 표지모델로 나설 정도로 많은 팬을 거느린 곱상한 얼굴. 프로복싱의 쇠퇴로 관중은 많지 않았고 대전료도 야시마 350만원, 이인영 150만원으로 남자선수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링사이드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인영 파이팅!” “힘 내라!” “한 방만 더!”

이인영의 주먹이 작렬할 때마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8라운드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본 이인영의 어머니 김삼순씨(67)는 “인영이가 맞을 때마다 가슴이 쿵 쿵 뛰어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면서 “저 힘든 경기를 왜 하고 싶어 하는지…”라며 혀를 찼다.

이날 경기는 이인영의 완승. 1m60의 이인영은 자신보다 5㎝나 더 큰 야시마의 턱에 1라운드 중반 왼손 훅을 터뜨려 기선을 잡은 뒤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이인영은 7라운드엔 야시마를 그로기 상태까지 몰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아 KO승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인영은 5전 전승(2KO), 야시마는 8승(3KO)1무2패.

야시마는 경기 후 “얼굴이 남자 같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펀치도 남자만큼 셀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완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경기가 끝난 뒤 이인영의 얼굴도 여기저기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잔 펀치를 많이 맞았기 때문. 프로복싱은 남자들도 기피하는 험한 운동. 그런 프로복싱을 이인영은 왜 자청한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싸움을 많이 해서 그런지 경기 중에 맞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한 대 맞으면 두 대, 세 대 때리면 되니까요. 게다가 프로복싱은 1 대 1로 정정당당하게 맞붙는 스포츠라 마음에 들어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육상과 핸드볼을 한 그는 친구가 남학생에게 맞기라도 하면 달려가 혼을 내주었을 만큼 ‘소문난 주먹’. 평소 남자들과 스파링을 하는 이인영은 체육관 소속 남자고교생 선수들을 다운시킬 만큼 펀치가 강하다.

이번 대회는 이인영의 첫 국제대회. 그는 “처음엔 긴장했지만 막상 붙어보니 외국 선수들도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반드시 한국 첫 여성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국제여자복서협회(IFBA) 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은 영국의 미셸 셔클리프. 이인영의 프로모터인 전 세계챔피언 변정일씨는 “4월이나 5월경 셔클리프와 타이틀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