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의 인생은 둥근 야구공 만큼이나 돌고도는 모양이다. 지난 연말 톱탤런트 최진실과 파경을 겪은 조성민과 동기생 임선동의 인생유전이 그랬다(12월27일자).
그로부터 며칠후 현대에서 SK로 팀을 옮긴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 최대어 박경완의 경우도 흥미롭기 짝이 없다. 박경완은 전주고를 졸업한 91년만 해도 무명중의 무명이었다. 프로는 커녕 대학 진학도 어려웠을 정도. 믿는 구석이라곤 김원형이란 걸출한 친구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결국 박경완은 특별 관리중인 김원형의 공을 받아줄 전담 포수란 명목하에 쌍방울 훈련생 자격으로 가까스로 프로 밥을 먹게 된다.
인간지사는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김원형은 93년 이후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 반면 박경완은 94년 주전자리를 꿰찬 뒤 9년 연속 두자리수 홈런을 날리며 국내 최고의 포수로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최근 조규제가 박경완의 보상선수로 SK에서 현대로 이적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쌍방울 창단 멤버인 조규제는 시즌 참가 첫해인 91년 신인으로는 사상 첫 구원왕에 오른 거물. 이랬던 그가 이젠 SK가 박경완의 이적료 8억4000만원에 가외로 얹어주는 보상선수가 됐으니 사람 일은 정말 모를 일이다.
며칠전 현대가 기아로 보낸 박재홍도 돌고도는 인생유전을 그대로 보여준다. 광주일고 졸업반 때인 92년 해태의 1차지명을 받았던 그는 96년 연세대 졸업후 야수 최고액인 4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실업 현대 피닉스에 입단했다. 당시 태평양을 인수한 프로 현대는 좋은 선수를 끌어오기 위한 편법으로 피닉스를 이용해 유망 신인들을 싹쓸이했던 것. 임선동도 이때 피닉스에 입단했다.
결국 현대는 ‘가난한 해태’로부터 박재홍의 지명권을 최상덕과 맞바꾸는 기묘한 트레이드로 그를 영입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해태는 지금 ‘부잣집 기아’로 바뀌었고 현대는 몇 년만에 선수를 팔아 팀을 운영하는 처지가 됐으니 정말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밖에 펠릭스 호세의 말동무 삼을 겸 도미니카에서 데려온 에밀리아노 기론이 2000년 롯데의 에이스 노릇을 한 것이나 경북고 3학년 때인 94년 겨울 이미 한양대에 합류해 있었던 이승엽이 수학능력 시험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프로로 직행해 국민타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예가 될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