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수시합격한 ‘예비 새내기’들이 자원봉사로 알찬 시간을 보내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동은, 엄혜진, 김아영, 이은영, 이진명, 최영규, 이용희, 이상철, 유현주, 안다미.-박영대기자
저소득 가정 자녀와 정신지체 아동들의 놀이방이자 공부방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 중앙대부설 사회복지관에는 1월부터 새 ‘선생님’들이 출근하고 있다.
매일 2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복지관 아동들과 함께 놀고 학습지도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은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 새내기들’.
합격자 발표가 나면 ‘입시지옥’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선생님’인 김효진양(자연대 화학과 입학예정)은 “고등학교 때 재활원에서 장애아동들을 돌보면서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봉사활동을 통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초보 선생님들에 대한 아동과 학부모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김무성군(9)은 “선생님들 없을 때는 심심하기도 하고 우리끼리 놀다 싸우기도 했는데 새로 선생님들이 와서 요리도 같이하고 그림도 같이 그려서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복지관에 보내고 있는 김혜영씨(34)는 “전에는 가기 싫다고 때를 쓰곤 했는데 요즘은 집에 와서 새로 온 선생님들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선생님’들은 수시합격자 오리엔테이션 때 서울대 교직원 봉사활동 모임인 ‘이웃사랑회’가 활동을 소개하자 선뜻 봉사활동에 나섰다.
봉사활동 시간은 일주일에 2∼4시간으로 많지는 않지만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학습 지도를 하거나 지체장애 아동들의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몸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정신지체아동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 ‘비장애아동들’도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귀여운 말썽’을 피워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정신지체아동을 지도하고 있는 이은영양(자연대 지구환경계열 입학예정)은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없어졌다”며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을 뿐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게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