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24일 농림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쌀 문제 등 농업 정책 실패에 대한 공무원 책임을 지적하면서 “농림부 공무원들은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 첫 업무보고를 할 때 모두 사표를 써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개방화시대 농어촌 대책’ 주제의 국정보고회에서 “우리나라 농업문제가 오늘처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데는 정치인의 책임도 있지만 아무리 정치가 그렇다고 해도 공무원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농림부가 유기농법 등 친환경 농업 체제에 대해 보고하자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관료사회의 무책임 풍토를 강하게 질책했다. 노 당선자가 ‘사표 발언’을 하는 순간 공무원들은 아연실색하는 표정이었으며, 회의장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당선자는 “특히 쌀 개방은 86년부터 예측됐던 일인데도 아직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책임이 크다”며 “농림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몸을 던져 농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흔히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눈앞에 강물이 있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데도 더듬기 식 수법으로 하면 안 된다”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그래도 안되면 농림부 공무원들이 모두 그만둔다는 각오로 농업정책을 만들라”고 말했다.
인수위 정순균(鄭順均) 대변인은 “노 당선자가 김동태(金東泰) 농림부장관의 보고를 들은 후 농업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 공무원들에게 사표 쓸 각오로 일하라고 했다”며 “쌀 개방에 따른 농가 수입 보전 대책이 미비한 데 대한 강한 질책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김 농림장관과 김호식(金昊植) 해양수산부장관을 비롯해 농림부 해양부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의 관계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