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는 새음반 ‘페인킬러’에서 음악적 열정을 담아내고 있다
노래는 들을 때마다 다르다. 듣는 이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런 변덕은 프로들도 마찬가지다.
가수 이현우도 그랬다. 최근 발표한 새음반 ‘페인킬러(Painkiller·진통제)’의 타이틀곡 ‘스테이(Stay·작사작곡 이현우)’. 샘플링의 모델이 된 곡이 영화 ‘쉬리’에 삽입돼 히트한 캐롤 키드의 ‘웬 아이 드림’(When I Dream)이다. 지난해 6월 김현철의 결혼식 때 이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나왔는데 이전에 들었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아예 새로웠고 신곡의 구상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이 노래는 ‘웬 아이 드림’이 너무 친숙해 오히려 이현우에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현우는 특유의 절제된 속삭임과 외침을 되풀이하면서 노래의 여운을 짙게 한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가 ‘페인킬러’ 주사를 맞은 뒤 서서히 평온을 찾는 듯하다.
세번째 트랙에 이어지는 ‘중독’(작사작곡 이현우)은 이현우 음악의 현재이자 미래형이다. 그는 이 노래가 ‘페인킬러’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이 노래는 전자 사운드를 접목한 모던 록으로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그는 “세련되고 도회적인, 칙칙하지 않은 회의(懷疑)같은 느낌을 줬는데…”라고 말했다.
이현우는 새음반에서 가사보다 곡에 더 큰 비중을 더 줬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폭넓은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수록곡을 작곡 작사 편곡하는 등 자신을 투여했다. 수록곡 ‘사랑은 죽었다’ ‘컴온’ ‘마스크’ ‘슈퍼 히어로’ 등은 발라드에서 복고풍의 멜로디, 록밴드의 질주까지 이어지면서 이현우 음악의 실험실같은 인상을 준다. 그는 “내 음악은 비빔밥”이라며 “멜로디나 편곡, 소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수록곡 가사들은 굳이 특징을 꼬집기 어렵다. 일상어들을 다소 정제했을 뿐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보는 사랑과 이별은 그런 것인가.
“드라마같은 사랑은 엄두가 나지 않아요. 내 성격이 건조한 탓도 있지만 가요계에서도 그런 가사도 한때의 패션이 아닌가요. 메시지 과잉의 시대에 곡의 분위기에 편하게 몸을 싣는게 어떨지.”
이현우는 최근 ‘팻독(Fat Dog·멋진 녀석이란 속어)’이란 레이블로 음반사를 차렸고 이를 브랜드로 하는 의류 사업도 시작했다. 직접 디자인한 옷을 선보이는데 그는 “의류는 일종의 안테나 사업으로 팬들의 감각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이 대중음악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전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