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은 길 건너편에 있는 병원의 조선인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
“아버님, 조금만 참으이소, 금방 의사 선생님 올 깁니다.”
용하는 자기의 등을 쓸어주려는 인혜의 손을 뿌리쳤다. 인혜는 고통에 허덕이는 시아버지에게 말조차 붙일 수 없었다.
흑, 숨이! 흐, 숨을! 흐 흑, 들이쉴 수가 없다. 희향은? 후- 어딨나? 후, 숨이 목소리를 걷어간다. 흑, 더 바짝 다가와! 귀를! 용하는 며느리의 눈에 눈으로 호소했다. 며느리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흑, 무얼 겁내고 있는 거냐? 후 후-, 돌팔이 새끼! 왜 한 달음에 뛰어오지 않고! 바로 코앞인데,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냐. 후-후-, 침과 함께 금속 냄새가 번지고, 후, 혀 속이 저리고, 큐 큐 큐 큐, 뜀박질을 할 때처럼 심장이 쿵쿵 널뛰기를 하고, 벌렁벌렁, 용하는 본의아니게 고통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장을 바늘로 휘젓는 것 같다. 통증을 헤치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구 아야!
드르륵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유리문이 열렸다. 아이구, 우근이 자슥, 유리가 빠져나오니까 조심조심 닫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의사의 가죽 구두와 하얀 가운 자락과 검정 가죽 가방이 보였다. 용하는 땀으로 범벅인 두피로 차가운 바람을 느끼면서 휴-하고 소리가 나도록 숨을 들이쉬었다.
휴, 맥박을 집는다, 후 휴- , 소매를 걷어올리고 팔을 살펴본다, 후 휴- , 가슴과 배와 등에 청진기를 갖다댄다, 후 휴- 후 휴- , 다리와 발목을 확인하고, 후 휴- 후 휴-.
“어찌된 일입니까?”
바로 위에서 며느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독(丹毒)입니다.”
“단독?”
“어디 다치거나 상처 난 데는 없습니까?”
“어데예…없는 것 같은데예.”
용하는 지난 며칠을 돌이켜보았다. 어디 다칠 만한 일은 없었고, 어디 찔린 적도 딱지도 없고, 몸도 아픈 곳이 전혀 없었다.
지난밤에는 잠도 잘 잤고, 오늘 아침에도 개운하게 깨어났는데. 단독이라? 정말 단독일까? 의사의 얼굴도 목소리고 멀고 희미하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쉬 낫는 병입니다. 주사 맞으면, 이삼 일 내로 좋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