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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의 경영과인생]노력하는 자는 구제 받는가

입력 | 2003-01-26 19:05:00


“노력하는 인간은 구제받을 수 있다.”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 ‘파우스트’의 기본 주제다. 또 서양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즉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 동양에는 “지성이면 감천(感天)”이라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속담과 괴테 같은 천재의 영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정답을 알 수 없는 영원한 질문을 가지고 있다―‘과연 노력하는 인간은 구제받는가?’

실재했던 케이스를 보면 노력하는 인간에 대한 구제는 행운과의 조우(遭遇)로 나타난다. 이미 언급한(본보 2002년 11월 25일자 참조) 켈로그의 시리얼식품도 행운과의 조우로 성공했다. 켈로그는 소화기 환자들의 건강식을 개발하기 위해 밀을 삶아서 얇게 눌러내는 방법으로 실험을 해보았으나 그들이 환영하는 식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밀을 삶아 놓았는데 병원장이 심부름을 시켜 3일 동안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 다녀와서 그 밀을 롤러에 넣고 밀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얇은 박편들이 밀려 나왔다. 삶은 밀을 (3일간) 방치해 둔 동안 밀의 내부에까지 수분이 균등히 침투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때까지는 밀을 삶아낸 후 그것이 식으면 바로 롤러에 넣고 돌렸기 때문에 밀의 내부에는 단단한 핵이 남아 있어 먹기에 불편했던 것이다. 이제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만큼 얇아진 시리얼을 환자들에게 급식해 보았더니 대환영이었다.

끈질긴 노력이 우연과 조우하여 성공한 케이스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X레이, 나일론 등이 그렇고, 2002년 일본인이 수상한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이 모두 그렇다. 다음에는 인간의 노력이 구원받는 제2의 유형을 살펴보자.

심리학자 쾨스틀러에 의하면 창조자들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모든 정열을 거기에 쏟아 부으며 계속 고민하고 방황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때까지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계형성을 쾨스틀러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으로 머리 속에 번쩍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아르키메데스는 그의 임금 히어론 1세의 왕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욕탕 욕조에 들어가면서 몸이 물 속에 잠긴 부피만큼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이거다”하고 소리쳤다. 목욕탕 속에 사람이 들어가면 흘러넘친 물 무게만큼 사람의 몸무게는 줄어든다는 사실, 즉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그는 히어론 1세의 왕관을 물 속에 넣어 흘러넘친 물의 양을 측정하고, 히어론 1세가 왕관 제조업자에게 준 무게만큼의 금괴를 가지고 같은 측정을 하여 왕관의 순금 여부를 가려낼 수 있었다.그 이전까지는 왕관의 순금 여부와 목욕탕의 물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의 몰입의 경지에서 그 둘은 서로 만나 ‘이연연상’의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우리는 1000여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난 연금술의 역사로부터 이 세상에는 보답받지 못하는 노력도 많다고 슬퍼할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연금술도 금 자체를 만드는 본래의 목적에서는 실패했지만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결집되어, 제3의 결실 즉 화학이라는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화학은 질소비료를 합성하여 식량증산에 이바지했고, 전쟁에 필요한 화약(TNT)을 만들어 유럽이 한동안 세계를 지배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까지 유럽이 화학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가고 있는 것도 연금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노력은 어떤 유형으로든지 구제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암시 같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