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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세계]펀드매니저 미래에셋 손동식 상무

입력 | 2003-01-26 20:03:00

펀드매니저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상무)이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일에 열중하고 있다.권주훈기자


《펀드매니저는 펀드의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의사결정은 막대한 고객 돈의 운명을 가른다. 그래서 어떤 직업보다 부담이 크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증권을 사고 판다. 결과는 다음날 아침 펀드수익률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나 하루 하루를 스트레스 속에서 살면서도 ‘자본의 효율적 배분’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뮤추얼펀드 운용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새해 상복이 터졌다.

지난해 주식형 대표펀드들이 좋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언론과 펀드평가사들이 주는 크고 작은 상을 모조리 수상했다.

주식형 펀드 운용의 사령탑 격인 손동식 상무(40·사진)는 “좋은 시스템, 우수한 인재,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손 상무의 말처럼 2000년 이후 펀드매니저의 세계는 크게 달라졌다. 이른바 ‘스타 펀드매니저’ 시대가 가고 ‘팀 운용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2000년 이전에는 유명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손님을 모으고 투자 종목 고르기와 펀드 운용, 고객 응대를 모두 도맡아 했다.

그러나 스타 펀드매니저 시스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이 역할을 분담하거나 협업하는 팀 운용 체제가 널리 확산됐다.

팀 체제에서 펀드매니저의 권한은 약화됐지만 책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펀드 운용의 최종 결정자라는 점에서 펀드매니저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인이다.

손 상무는 회사의 ‘투자전략위원회’ 소속으로 회사의 전략적 자산배분에 간여하고 후배 펀드매니저들을 이끌고 펀드 운용도 한다.

보통 오전 5시 반경 일어나 거실에 놓인 운동용 자전거를 타면서 증권뉴스를 보며 미국 시황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으로 배달되는 조간신문을 보다가 7시경 출근하면 바로 회사 아침 미팅.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들과 그 날의 전략을 논의한다.

간혹 외국계 증권사 전문가 등 외부인사들을 초청해 앞으로의 장세와 투자전략에 대해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증시가 열리는 동안은 매매에 집중한다. 점심은 종종 외부 애널리스트와 함께 세미나를 겸하는 자리가 된다.

장이 끝나면 투자기업을 탐방하거나 연기금 등 거액투자 고객을 방문해 시장상황을 설명한다. 손 상무는 특히 기업 탐방을 중요하게 챙긴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만 보고 주식을 사는 것과 기업을 직접 보고 투자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CEO는 어떤 사람인지,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를 직접 보고 들으면 투자 결정에 자신이 생깁니다.”

22일에는 서울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한 휴대전화 부품 회사를 탐방하느라 오후 10시가 돼서야 귀가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해 94년 신탁부에서 은행 고객 자금을 운용하면서 펀드매니저의 길을 걷게 됐다.

98년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긴 뒤 99년 강세장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장이 내리면서 명암이 심한 펀드매니저의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손 상무는 “펀드매니저는 젊은이들의 직업처럼 알려져 있지만 경험이 풍부할수록 더 노련하게 고객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분간 한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