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의 ‘다리’가 되고 싶다는 장기철씨. -이훈구기자
“제가 한 일이 있나요? 손님들의 기부를 도와드린 것뿐인데….”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과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일식 퓨전 레스토랑 ‘친친’을 운영하는 장기철(蔣沂哲·39)씨. 자신이 왜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장씨의 가게에서 최근 아름다운 ‘요리축제’가 열렸다. 롯데호텔과 힐튼호텔에서 일했던 유명 요리사를 초빙해 만든 20만원짜리 코스요리를 손님들에게 4만원에 제공했다. 대신 손님들이 음식값 외에 3만3000원을 내면 장씨가 1만2000원을 부담해 쌀 20㎏을, 1만8000원을 내면 장씨가 8000원을 부담해 쌀 10㎏을 샀다. 50여명의 손님이 기꺼이 참가했다.
장씨는 이렇게 해서 모은 쌀 600㎏을 서울시내 소년소녀가장에게 전해달라며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장사를 하지만 아직 ‘계산’에 서투른 그는 이번 행사를 하면서 음식값만 수백만원 손해를 보았다. 이런 손해를 볼 바에야 차라리 자신의 돈을 얼마 내놓는 게 낫지 않을까.
“이 행사의 의의는 손님들이 계속 소년소녀가장의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손님 명의로 지정기탁하고 그 결과를 e메일로 알려드렸죠. 모두 기뻐하면서 다음에 또 하자고 그럽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꼭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고도 밥 한끼 먹으면서 마음 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기부가 생활화된 사회다. 누구나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지만 실천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믿는 그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처럼 어려운 사람과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이들을 연결해주고 싶단다.
그는 경기 파주시 출판문화단지 안에 친친 3호점을 내 음식값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부모님이나 자식이 생각나잖아요. 그 범위를 조금 넓혀 내가 모르는 사람과도 음식을 나누는 마음을 갖자는 뜻입니다.”
그는 한편으로 사회의 비주류 사람들을 생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1996년 한국에 사는 화교들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홈리스’는 각종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한국 속의 소수민족인 화교와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주로 다룬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