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은 미국 프로레슬링에 푹 빠져있다. 얼마 전 본고장의 프로레슬링이 잠실 체육관을 찾자 1만5000명에 가까운 관중이 몰려들어 ‘쇼’를 즐겼다.
지난 일요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올스타전도 사실 쇼에 가깝다. 그런데도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성황을 이뤘고 프로레슬링 때와 비슷한 관중이 체육관을 찾아 3시간 가까이 열광했다. 경기도 박진감이 넘쳤다.
그러나 필자는 올스타전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주인공인 올스타 선수들에 대한 서운함을 말하고 싶다. 물론 팬 앞에서 열심히 뛰고 개인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은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강동희, 이상민 등 노장의 열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올스타전을 위해 그들이 모인 시간은 경기 당일 오후 1시쯤. 경기시작 불과 2시간 전이다. 아무리 스타 플레이어지만 팬들을 위해 리허설 한 번쯤은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더 현란하고 더 인상적인 경기를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선수들이 자신을 뽑아준 팬을 위해 ‘쇼’를 준비하는 성의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NBA에서는 경기 전날 공개적으로 올스타전을 위한 연습을 한다. 그들이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는 밤이 새도록 올스타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팬들은 이를 통해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를 높여간다.
우리의 경우는 경기 전날 선수들을 모으려고 해도 팀 사정, 개인 사정 등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빡빡한 정규리그 일정이 그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들이 보여준 성의는 불만스럽다.
이날 덩크슛 대회 시범을 보이고 들어오는 김주성에게 팀 선배인 허재가 한마디하는 듯했다. “기왕에 나갔으면 제대로 해야지.” 멀리서 본 느낌은 그랬다. 그리고 나서 또 한 번 기회를 갖게 된 김주성은 좀 더 인상적인 덩크를 보여주었다. 역시 ‘허재형’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우리의 올스타전이 앞으로 ‘제대로 된 농구쇼’를 보여줄 날을 기대해 본다.
한선교/방송인 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