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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란’ 후폭풍 손배소송 잇따를 듯

입력 | 2003-01-27 18:41:00


《사상 초유의 전국적 ‘인터넷 마비’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과 PC방, 인터넷 쇼핑몰 등 관련 업체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산업계 전체가 입은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적 대응도 책임소재가 확실하지 않아 소송 대상 선정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는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KT 등 인터넷통신사업자(ISP), 프로그램상의 오류로 웜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킨 SQL 서버 공급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 웜 바이러스의 제작자나 유포자 등 다양한 원인이 있어 전적으로 어느 한쪽의 책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개인이 관련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업체나 통신망 제공업체, 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낼 경우 연쇄 소송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국의 2만4000여개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27일 오전 대책회의를 가진 뒤 “KT, 데이콤 등 인터넷통신사업자들을 상대로 20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 피해액수 만큼 통신비 감면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며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PC방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리아’측도 “전국 700개 매장에서 24시간 동안 장애가 발생, 8억5000만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해가 커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나 회선문제인지, 게임 제공업체들의 서버상의 문제인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YES24’측 역시 “주말 매출액이 25%가량 급감해 1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며 “제조물책임법(PL) 등에 의한 다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측은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 분석 등이 끝난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KT의 인터넷망은 사태 발생 1시간 만에 복구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콤측도 “인터넷망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공문을 이미 관련업체들에 발송,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소송은 가능하지만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법무법인 윤&양의 김철호(金鐵鎬) 변호사는 “계약 관계와 책임소재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확실하다”면서 “다만 소송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 자료가 있어야 하고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보통신부 대책반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터넷의 특성상 정확한 피해 액수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오전까지 피해 복구 및 점검을 모두 마치고 현재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