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노화방지와 장수가 화두로 떠올랐다. 소식(小食)과 규칙적인 운동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불로초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최근 소식을 하려면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 끼만 먹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혼란을 주고 있다. 하루 두 끼를 평소대로 먹으면 섭취량이 약 30% 감소하며, 오전 중에는 우리 몸이 노폐물을 배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므로 음식 섭취로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좋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을 꼭 챙겨먹는 필자로서는 이런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 몸은 24시간 내내 에너지를 소비한다. 잠이 든 상태에서도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액을 구석구석 보내주어야 하며 각종 대사(代謝)가 쉴새없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음식을 통해 얻는 에너지는 24시간 공급되지 않다 보니 간 근육 지방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에너지원을 비축했다가 조금씩 꺼내 쓴다. 하루 한 끼만 먹는 경우 한번에 들어온 에너지원을 24시간 사용해야 하므로 대사과정은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6시간만 지나도 간에서 공급하는 포도당이 부족해지면서 연료를 아껴 쓰기 위해 에너지 소비율을 낮추는 등 ‘긴축재정’에 들어간다. 아침을 거르면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점심까지 16∼18시간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평소 세 끼 식사에 익숙한 사람이 아침을 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점심이나 저녁에 과식, 폭식으로 이어져 기능성 위장장애가 생기거나 비만해지는 등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하루 두 끼를 적은 양으로 유지할 의지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를 하루 세 끼로 나누어 먹는 것이 부담을 낮추면서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수십 년 간 아침을 거르고 두 끼 식사만 해온 40대 중반의 여성 환자가 체중을 조금 더 빼고 싶다고 진료실을 찾았다. 운동으로 10㎏ 감량했는데 더 이상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끼니량을 조금 줄이는 대신 아침식사를 하도록 권했다. 처음 2주간은 체중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불평하더니 두 달이 지난 후 5㎏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끼니마다 들어오는 음식에 우리 몸은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더 이상 절약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따라서 대사속도가 항진돼 같은 양을 먹어도 소비에너지가 증가하니 체중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은 칼슘 철분 같은 무기질 섭취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부족하며 흡연 음주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의 추적연구에서도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은 사망률이 남자는 40%, 여자는 28% 더 높았다. 아침을 거르지 않는 것보다 소식을 실천하는 것이 노화방지에 더 중요하다는 점은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를 그대로 길거리로 몰고 나서는 만용은 부리지 않겠다.
필자의 아침식탁에는 늘 풍성한 채소가 자리잡고 있다. 점심 저녁을 바깥에서 먹어야 하니 부족해지기 쉬운 채소 과일을 집에서 충분히 섭취하자는 계산에서다.
박용우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가정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