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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칼럼]"나 좀 사가세요"

입력 | 2003-01-28 14:24:00


프로야구 FA제도 도입후 사상 처음 계약에 실패해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가 생길 전망이다.

박정태는 지난 21일 롯데 구단과의 재협상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롯데 구단은 공식적으로 박정태와의 협상을 포기 선언을 했다.

프로야구 FA계약 마감일인 31일. 이 기간내 박정태가 8개구단과 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1년 개점 휴업이 확정적이다. 협상기간이 촉박하고 FA시장이 얼어 붙은데다 8개구단의 단압이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등 여건이 좋지 않아 계약은 불가능해 보인다.

박정태 본인은 1년 공백을 두고 준비후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본인의 뜻과는 달리 영원히 그라운드에 복귀를 못할지도 모른다.

내년이면 35살로 적지 않은 나이와 이에 따르는 체력문제와 경기없이 1년을 지낼 경우 실전 감각 유지 문제등이 걸림돌이 되어 내년 시즌 그라운드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박정태의 유일한 탈출구는 롯데를 제외한 타구단과의 계약이다.

그러나 이 또한 선수를 위한 FA제도가 선수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

현행 FA제도에서 박정태가 롯데가 아닌 타구단과 계약할 경우, 타구단이 박정태를 영입하기 위해선 최대 전년도 연봉의 450%인 6억9천750만원이나 최소 전년도 연봉의 300%인 4억6500만원과 보상선수를 롯데에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박정태의 올시즌 연봉과 계약금까지 합친다며 10억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35의 적지 않은 나이에 2002시즌 별다른 활약이 없는데다 선수생명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어느 구단이 10억을 들여 선수영입에 나설수 있는가?

과다한 보상 제도가 박정태의 이적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FA제도의 본래 취지가 선수들에 팀 선택권등 선수 이익을 대변하는 제도로 도입했는데 오히려 선수의 선택을 가로막는 제도로 변질,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박정태의 경우 롯데에서만 11년을 뛴 선수로 롯데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눈에 보이는 기록이외에 팀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는 돈으로 환산한다면 보상금인 7억여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수년간을 한 팀을 위해 봉사한 선수에게 또 얼마의 돈을 더 받아내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비단 박정태만의 경우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해 FA로 SK구단에 입단한 박경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당대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박경완도 보상금 12억여원에 발이 묻여 여러 구단과 협상도 못해보고 SK구단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단한 예가 있다. 현대시절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뛰어나 투수리드로 현재의 투수왕국 현대를 만드는데 일조한 공로는 사라지고 눈에 보이는 보상금만이 박경완을 발목 잡았었다.

내년에 FA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도 이같은 현실은 똑같이 적용될 전망이다.

현대의 심정수나 기아의 박재홍, 진필중도 FA를 선언한다면 타구단으로 이적시 보상금이나 이적료등으로 10억이상이 매겨져 협상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로 현행 FA제도의 보상제도하에서는 제2, 제3의 박정태가 내년에도 나올수 밖에 없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