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황제 다시 납신다.” 오스트리아의 스키영웅 헤르만 마이어가 28일 오스트리아 키츠뷔헬에서 열린 월드컵스키 슈퍼대회전에서 여유 있게 기문을 통과하고 있다. 키츠뷔헬〓로이터 뉴시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쁨입니다. 그동안 따냈던 어떤 금메달보다도 더 소중한 금메달입니다.”
‘스키황제’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별명 ‘헤르미네이터’(헤르만+터미네이터)처럼 끝내 일어섰고 믿기지 않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교통사고로 재기불가 판정을 받고 설원을 떠났던 헤르만 마이어(31)였다. 그로부터 1년 반. 마이어는 28일 오스트리아 키츠뷔헬에서 열린 월드컵 슈퍼대회전에서 1분20초48을 기록, 동료인 크리스토퍼 그루버(1분20초59)와 세계랭킹 1위 슈페판 에버하르터(1분20초63·이상 오스트리아)를 제치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2001년 3월 스웨덴의 아레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전 이후 22개월 만의 정상 등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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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승으로 월드컵 시리즈에서 42차례 우승(역대 4번째)을 기록하게 된 마이어는 알파인 스키의 ‘살아있는 전설’. 공격적인 코스공략과 환상적인 레이스로 현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슈퍼스타다. 98일본나가노동계올림픽 2관왕의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그는 2001년 8월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다 자동차와 부딪쳐 두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스키계를 떠났다. 강철 같은 재활의지로 기적처럼 다시 설원에 선 올해 초. 오스트리아 스키연맹은 그의 국가대표팀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
마이어는 15일 스위스 아델보덴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전 경기에서 복귀전을 가졌으나 1차 레이스에서 31위에 그쳐 2차 레이스에 참가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2001년 3월 스웨덴의 아레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전 이후 22개월 만의 경기. 그 때 주위에선 “마이어의 시대가 갔다”고 했다. 그러나 마이어는 “스키를 다시 타게 된 것만도 고맙다”며 포기하지 않았다.
이어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활강에서 7위를 차지하며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한 마이어는 28일 슈퍼대회전에서 우승을 일궈냄으로써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마이어는 “우승한 것도 기쁘지만 더욱 기쁜 것은 불가능해 보이던 재기에 성공한 것”이라며 감격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