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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곳]소설가 조경란의 '봉천동에서 살기'

입력 | 2003-01-28 18:41:00

작가 조경란씨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한국명상요가센터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지난해 ‘오늘의 젊은 작가상’과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조경란씨.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그를 만났다.

소설집 ‘나의 자줏빛 소파’ 표지사진에도 나왔던 너무 반듯한 이목구비가 좀 차가운 느낌을 주는 그는 왠지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 살 것만 같다.

그러나 그의 고향은 봉천동 산 1. 지금도 봉천중앙시장 근처 주택가에 산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태어날 때부터 봉천동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자전적 소설 ‘나는 봉천동에 산다’를 발표했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 외출을 자주하지 않는 편이다. 일주일에 3번씩 ‘한국명상요가센터’에서 요가를 배우지만 그곳은 집에서 가까운 남현동이다.

요가는 지난해 1월 시작했다. “여럿이 함께 하면서도 철저히 혼자 몰입하는 운동이죠. 그게 맘에 들어요.”

한국명상요가센터는 다른 요가원에 비해 소박하지만 사상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고 요가를 ‘운동’으로 가르쳐서 좋다는 것.

그는 종전에 글이 잘 안 써지면 거울을 보고 뺨을 마구 때리거나 집 옥상에서 달을 향해 기도하는 약간 황당한 행동을 했다. 이젠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다. 편두통도 없어졌고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날씨가 따뜻하면 집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산책한다. 하도 많이 다녀 이젠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45분이면 족하다.

가끔 친한 문인들이 찾아오면 봉천중앙시장 앞 호프집 ‘커피와 나무들’에서 맥주를 마신다. 주량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술을 마신 뒤 관악구청 앞 ‘원조기계우동’에서 속을 푼다. 면은 기계로 뽑지만 주인이 손수 갠 밀가루 반죽이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다는 것. 소설 ‘나는 봉천동에 산다’에서 주인공 ‘나’는 봉천동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며 자신의 이름이 조봉천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누가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서울대입구역’ 근처라고 말한다. 마치 서울대는 봉천동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그건 조씨의 실제 모습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봉천동하면 판자촌을 떠올리잖아요. 봉천동에 산다고 말하기가 좀 창피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봉천동이 좋아졌어요. 제 옥탑방을 떠나서 쓴 작품이 하나도 없거든요. 봉천동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는 하늘(天)을 받들고(奉) 있는 봉천동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