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 조용하고 잔잔한 기운이 조승우(23·왼쪽)와 손예진(21)을 감쌌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같은 음악을 들으며 공감하는 사람들처럼, 둘 사이에는 묘하게 통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까르르∼, 젊은 웃음이 한 번쯤 터져 나올 만도 한데…. ’
“둘이 별로 친하지 않은가 보다”고 하자 손예진이 “아닌데…. 함께 연기하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며 멋쩍게 웃는다.
“우린, 촬영 도중에 쉴 때도 농담하면서 긴장을 푸는 쪽보다 각자 영화에 쓰인 음악을 들으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유지하려고 애쓴 편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친해지려고 하기보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면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더 좋았다”는 게 조승우의 부연설명.
두 사람은 30일 개봉하는 영화 ‘클래식’에서 60년대 후반과 70년대를 배경으로 풋풋한 첫사랑에 빠지는 고교생 역을 맡았다. 설레는 첫 만남에서 이뤄질 수 없는 아픔까지를 마주 보는 눈빛 만으로도 제법 실감나게 표현한 두 사람 모두 말수가 적고 진지하다. 영화 홍보를 위한 TV 연예정보 프로그램 출연도 사양했다. 영화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싫다는 것이 그 이유.
‘클래식’은 손예진에게 세 번째, 조승우에게는 여섯 번째 영화다. 각각 연극무대와 TV 드라마, CF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사람은 임권택 감독. 조승우는 오디션을 통해 ‘춘향뎐’의 이몽룡 역에 선발됐고 손예진은 ‘취화선’에서 장승업이 한평생 잊지 못했던 여인 소운 역을 맡았다. 거장의 손에 이끌려 영화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이 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영예이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뛰어넘어야 할 과거이기도 하다.
2000년 ‘춘향뎐’ 이후 3년간 휴학하며 영화 6편 뿐 아니라 ‘지하철 1호선’ 등 연극 4편에도 출연한 조승우에게 연극과 영화 중 뭐가 더 좋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이에게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더 좋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빙그레 웃는다.
“무대가 아직은 더 편해요. 무섭긴 하지만 끝나면 짜릿한 느낌이 있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도 있고…. 영화는 카메라 앞에서 제가 잘 놀 줄 알아야 되는데, 아직은 그게 쉽지 않아요. 카메라가 무대처럼 무서운 존재예요. 저한테는.”
TV 드라마 ‘대망’에서 선머슴 같은 남장여자 동희 역을 맡았던 손예진은 ‘클래식’에서 다시 모든 남자들의 첫사랑을 대변하는 듯한 이미지로 돌아왔다. 그의 역할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1인 2역.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의 청춘, 현재의 자신과 비슷한 또래를 오가며 연기하는 것이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교복을 입고 주하 (조승우)를 만나면 과거로 가 있고, 발랄한 대학생 차림으로 상민(조인성)을 만나면 현재로 돌아올 수 있어서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어요. 현실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감정은 거울로 비춰보듯 상대 배역과의 교감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배웠어요.”
활동의 영역을 차츰 넓혀 가는 중이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미래의 포부에 대해 말을 삼간다. 각각 에단 호크(조승우)와 니콜 키드먼(손예진)을 좋아한다는 이들은 “살아온 날들이 자연스럽게 연기 속에 녹아 나오는 30대가 될 때까지 특정한 배역과 연기의 틀에 스스로를 맞추기보다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