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보고 싶어 눈을 떴다. 며느리가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다. 고름이 풀어진 저고리 섶 사이로 묵직한 젖가슴이 들여다보인다. 손녀도 젖꼭지를 입에 문 채 잠들어 있다.입술 끝에 하얀 젖이 흘러나와 있다. 닦아주고 싶은데 이불에서 손을 빼기도 내 마음 같지 않다. 거의 하루종일 누워지내니 아침인지 낮인지 밤인지 구별도 안 가고. 지끈지끈 소리가 난다, 지끈지끈 지끈지끈. 통증이다. 덜하지 않다. 오히려 심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아픔을 호소하고, 아픔을 거역하고, 아픔을 참을 힘은 이미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아플 힘조차 없다.
싸는 것만큼은 싫다. 젖은 이불과 바지, 속바지를 며느리 손에 벗겨야 할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용하는 인혜의 얼굴을 보았다. 납빛 눈두덩이 안구 모양으로 도드라져 있기는 한데 움직이지 않는다. 젖먹이 돌보랴 내 병 수발 들랴 진이 빠질 것이다. 겨우 사흘에 홀쭉하게 야위었다. 영양도 수면도 충분히 취해야 젖도 잘 나올텐데……이 이상…다시 잠을 청해볼까, 잠이 들면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용하는 눈을 감고, 며느리와 손녀의 숨소리를 들었다. 두 숨소리가 겹치고…손녀 쪽이 훨씬 더 빠르다…쌕 쌕 쌕…이렇게 남의 숨소리를 듣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아프지만 않으면 한결 좋으련만….
눈꺼풀 속 어둠에 노란 고리가 퍼지면서, 소변을 보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역시 못 참겠다, 깨워야겠다, 아니 좀 더 참아보자, 다른 생각을 하자, 다른 생각을. 내일은 시장이 서는 날이다. 우철이가 기평이하고 완재에게 연락을 제대로 해 주었으려나. 기평이는 우리 가게에서 10년이나 일했으니 일당 40전, 완재는 작년 가을부터 일한 데다 아직 제 몫도 못 하니까 25전인데, 희향이 알려 줬겠지….
그때 따끈한 청국장 냄새가 천천히, 마치 다른 세계에서 흘러 들어오듯 문틈으로 들어와 방바닥을 스쳤다. 꼴깍, 용하는 마른침을 삼키고 눈을 떴다. 식욕은 없고 행여 먹었다가도 토할 게 뻔하지만 먹어보고 싶다. 희향이 끓인 청국장은 일품이니까.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