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리브로서점. 한 기업체 간부인 김모씨(41)는 부하직원 선물로 문화상품권과 함께 2000원짜리 로또복권 20장을 샀다.
김씨는 "직접 숫자를 기입해 하나씩 나눠줄 계획"이라면서 "혹시 20개 중 하나가 1등에 당첨되면 직원들 사이에 싸움이 날지도 몰라 당첨금은 20분의 1로 나누기로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반 국민은행 서울 명동 중앙지점. 회사원 임미란씨(31)는 부모님 선물용으로 2000원짜리 로또복권 10장(2세트), 자신의 것으로 또 10장을 구입했다.
"1등에 당첨되면 시집 가야죠. 집도 사고 빚도 갚고, 여행도 하고…."
그는 한 역술인이 제공한 '나이와 생일에 맞는 행운의 수' 안내표를 보면서 정성스레 숫자를 골랐다.
이번 설날의 최대 화두(話頭)는 단연 로또복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등 당첨금이 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추첨이 설날인 2월 1일 저녁에 있기 때문이다.
추첨시간은 오후 8시 40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잠시 숨을 멈추고 SBS TV의 추첨생방송에 집중할 것이다. 1등 당첨금은 1부터 45번까지의 숫자 중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이 두 차례나 나오지 않아 금액이 이월되면서 30일 오후 4시 현재 170억원을 넘어섰다.
로또 열풍은 설 풍속도를 바꿔놓았다. 로또복권을 설 선물로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 "차례상에 복권을 올려 조상님 은덕으로 대박을 거머쥐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30일 오후 3시 국민은행 서울 남대문지점. 남대문시장 노점상 최모씨(52)는 이날 하루 수익금 13만원을 모두 털어 복권을 샀다. 70대 할아버지는 2000원짜리 2장을 사곤 "마누라가 알면 주책이라고 할텐데…"라며 쑥스러워했다.
한 여대생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숫자를 고르면 좋을 지 상의했다.
65억7000만원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한 경기 남양주시의 할인매장 '킴스클럽' 복권방. 이곳에선 3, 4등 당첨자도 잇따라 나와 '로또 명당'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입구에 '로또 1등 당첨 판매소'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주인 원숙희(元淑熙)씨는 "1등 당첨 이후 판매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 곳 주민은 물론 외지에서까지 와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1등 당첨금 이월은 2회로 제한된다. 3회째 1등이 없으면 2등 당첨자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그러나 이번은 원래 규정대로 5회까지 이월된다.
로또복권 판매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싱글벙글이다. 국민은행 남대문지점에서 만난 한 젊은 회사원이 은행문을 나서며 농담 삼아 직장 상사에게 하는 말.
"저 설 쇠고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1등 당첨된 걸로 아세요."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