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몇 번 삼키자 입안이 깔깔해지고 목이 몹시 말랐다. 물 가져와 물! 꿀꺽꿀꺽 소리까지 내면서 몇 사발이고, 위가 출렁출렁해지도록 마시고 싶다. 그것은 요의(尿意)보다 강렬한 욕구였다.
“물.”
인혜의 눈꺼풀은 움직이지 않는다.
“야!” 용하는 자기 목소리에 걸려 컹컹 기침을 했다.
“괜찮습니까?” 인혜는 아기 입에서 젖을 물리고 허둥지둥 앞섶을 여몄다.
용하는 컹컹 기침을 하면서 집게손가락을 들어 며느리를 불렀다.
인혜는 아기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불에 눕히고, 저고리 고름을 묶고서 시아버지 곁으로 바싹 다가갔다.
“물.”
“물이요?”
끄덕이는 대신 눈을 감았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일어서는 며느리의 치맛자락을 잡으려는데 손끝이 닿지 않았다.
“그 전에.” 용하는 또 기침을 했다. 어젯밤부터 가래가 잔뜩 끼어서 견딜 수가 없다. 거머리처럼 덩어리진 가래가 목구멍에 들러붙어 뱉어낼 수도 삼킬 수도 없다.
“와예?”
“…요강.”
“소피 보실랍니까?”
“음.”
인혜는 이불을 걷어내고 시아버지의 허리끈을 풀고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속바지도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용하는 손녀가 울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움과 아픔을 억누르고 다리를 벌렸다. 인혜는 사타구니 아래로 요강을 밀어넣고 고개를 돌렸다. 쫄쫄쫄 쫄쫄쫄.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인혜는 다섯을 세고 요강을 꺼내고,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옷을 입혔다.
“아버님, 온 몸이 땀으로 끈적끈적합니다. 뜨거운 수건으로 닦아드릴까예? 시원할 낍니다.”
“물.”
“아 참, 바로 갖고 오겠습니다.” 인혜는 딸의 자는 얼굴을 확인하고 엉덩이를 들었다.
“청국장도.”
“청국장이라꼬예?”
“어차피 먹지는 못할 거고. 보고…냄새만….”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