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모수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수화 연극 ‘눈으로 듣는 이 거주지역’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다. 의정부=김동주기자
‘눈으로 듣는 사람.’ 귀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을 일컫는 말이다.
경기 의정부시청 공무원 15명으로 구성된 수화동아리 ‘해모수(海母手·바다와 같은 사랑을 담은 어머니의 손이라는 뜻)’는 최근 눈으로 듣는 이들을 위한 수화 연극을 마련해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연극의 제목은 ‘눈으로 듣는 이 거주지역’. 어느 날 ‘눈으로 듣는 이’가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이 마을 주민들이 이들을 어떻게 배려하는지 그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청소부가 종을 울리지 않고 어떻게 쓰레기 배출시간을 알려주어야 하는지, 의사와 꽃집 아가씨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상황으로 꾸며져 있다.
불편함과 거부감이 이해와 배려로 변하는 과정과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연극이어서 입으로 하는 대사는 한마디도 없다. 극적 효과를 위한 음악이나 효과음도 없다. 모든 표현은 수화와 얼굴 표정으로 한다. 이것이 해모수의 특징이다.
지난해 3월 결성된 해모수는 매주 수요일 모임을 갖는다. 수화 기초과정을 익힌 회원들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활동 프로그램을 구상하다 수화 연극을 마련했다.
해모수의 연극을 기획하고 지도한 예술기획가 심영철씨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들의 연락수단이다. 늘 눈으로 듣는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이들은 전화 연락을 하지 않고 모든 연락은 게시판을 통해 한다. 모임의 날짜 변경, 무대 소품 준비, 대본 수정제의 등도 게시판만 이용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공무원 수화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으며, 올 1월28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주민과 청각장애인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해모수 회장 정태현씨(사회복지과)는 “업무에 필요해 수화를 배웠다가 다른 회원들의 열성으로 수화연극에까지 참여하게 됐다”며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