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조기취학의 인기가 떨어진 대신 ‘취학 재수생’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취학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높은 데다 취학대상 아동이라도 학습부진 등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취학통지서를 받고도 일부러 한 해씩 자녀들을 늦게 취학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96년 조기취학이 허용된 이후 부산지역의 조기취학 신청 인원수는 △96년 495명 △97년 649명 △98년 733명 △99년 809명 △2000년 667명 △2001년 383명 △2002년 284명 등으로 99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89명이 조기취학을 신청했으나 이 중 5명이 적응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취학대상 아동의 취학률은 97년부터 매년 0.5∼1% 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97년에는 취학대상 아동 4만8660명 중 4만6836명이 취학해 96.3%의 취학률을 보였지만 2000년 5만1335명 중 4만8760명(95%), 2001년 5만791명 중 4만7412명(93.3%), 2002년 5만335명 중 4만6427명(92.2%)이 각각 취학해 초등학교 입학 재수생이 한 해 4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학대상 아동 중 1, 2월생은 전체의 30% 가량이 취학 연기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취학을 늦추는 것은 한 해 늦게 입학시키면 또래들과의 경쟁에서 계속 앞서 나가 좋은 학습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
이 같은 영향으로 부산시내 소아과에는 취학시기만 되면 학부모가 많게는 10여명씩 찾아와 발육부진 등의 진단서를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 2월생의 경우 불필요하게 허위 진단서를 발부받는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학을 1년 유예할 수 있는 ‘선택 입학제’의 도입이나 학기를 변경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