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늦가을, 우철의 여동생 소원이가 무참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 애장을 치른 저녁, 아내 인혜는 여자아이를 출산 미옥이라 이름짓는다. 눈물로 지새는 어머니 희향은 딸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강에 첫손녀의 태반의 떠내려보낸다. 그 해 말, 아버지 용하가 쓰러졌다. 단독이라는 진단에 주사를 맞았는데….
“땅에…묻지 말고…태워서…강에다…”
“아버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깁니까?” 인혜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니는 가만히 있거라. 알겠습니다.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화장을 하겠습니다. 뼈하고 재는 강에다 뿌리라, 그 말씀이지요?”
“아아”
“알겠습니다”
용하는 후우 하고 길게 숨을 내뱉고 가슴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연기다. 모닥불인가? 헉헉 헐떡이는 가슴과 커다랗게 벌린 콧구멍을 앞으로 내밀고, 생-생 휭-휭, 이렇게 바람이 센데 연기가 흐르지 않다니 어찌된 일일까. 쌩-쌩 휭-휭, 뭘 태우고 있는 것인가? 용하는 꼬인 혀를 움직여 연기를 핥아보았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굽고 있는 것인가? 눈에도 코에도 연기가 들어오고, 아니, 아니지, 이건 내 몸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그런데 뜨겁지도 않고…내가 죽은 것인가?
우철의 아버지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젖은 입술을 움직이는가 했더니, 보라색 잇몸과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내가 아버지하고 얼라 보고 있을 테니까, 밥 먹고 와라. 오늘밤이 고비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한테도 그렇게 전하고”
인혜는 밥을 먹고 동치미와 산채 나물을 담은 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어머니는?”
“도련님이 무섭다고 해서 둘이 건너방에 누워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깨우라고 하시데예”
“…너무하시네” 우철은 소리가 나지 않게 숟가락을 들었다.
“도련님, 정말 벌벌 떨고 있습니다…아가씨가 그런 일을 당하고는 아무도 안 돌봐줬다 아입니까? 간신히 생활이 안정을 찾는가 했는데, 아버님까지 눈앞에서 쓰러지시고…정말로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