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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전현희/‘생명공학 열매’ 지혜롭게 먹어야

입력 | 2003-02-03 19:17:00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모든 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었으나 한 나무의 열매만은 허락되지 않았다. 뱀은 만약 이브가 그 열매를 먹는다면 천사처럼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유혹했다. 이브는 뱀의 말에 혹해 그 열매를 따먹었고 그 결과 아담과 함께 낙원에서 추방당해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인류 최초의 복제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는 클로네이드사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묘사된 신의 인간 창조를 모방해 최초의 복제아기에게 ‘이브’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로 인간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음을 오만하게 드러낸 셈이다. 과연 복제아기인 이브가 실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어 우리를 오싹하게 하고 있다.

생명과학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되는 국내에서도 인간복제 문제는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인간복제를 금지하자는 주장에는 대부분 이론의 여지없이 동의하지만 치료용 목적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와중에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은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인간복제금지법 입법방향과 관련해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인간 배아복제 및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허용하되 이것이 인간복제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무엇인지 찾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의 체세포 핵이식술에 의해 복제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는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의학적 유용성이 있어 난치병 치료에 효과적이나, 복제배아를 허용해 자칫 그것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될 경우 복제인간의 탄생으로 연결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 및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은 생명공학산업을 차세대 국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최근 ‘인간수정 및 발생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14일 이전의 배아에 대해서는 질병치료 목적의 복제연구를 허용해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를 공식 허용하는 국가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 1995년 10월 클린턴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설치된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인간복제와 배아이용에 관한 권고사항을 제시했고, 2000년 8월25일 국립보건원 지침으로 인간배아를 복제방식을 통해 창출하거나 파기할 경우에는 연방자금의 지원이 아닌 사기업의 지원을 통하게 하고 있다. 다만 의학적으로 유용성이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연방자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선진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대체적으로 인간복제 자체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치료목적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이 또 다른 이브의 금단 열매가 될지는 지금으로서 알 수 없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의 연구는 인간에게 난치병 치료나 수명연장의 가능성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것이 낙원추방이라는 예정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면, 지금 우리들 앞에 놓여있는 열매는 지혜롭게 먹을 경우 낙원으로 복귀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전현희 변호사·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