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환한 눈/앨빈 트레셀트 글 로저 뒤봐젱 그림 최리을 옮김/40쪽 8500원 비룡소(6세 이상)
눈은 우리 앞에서 펑펑 내릴 때조차 정확한 모양을 보기 힘들다. 회색 하늘은 낮은 듯하면서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눈 바로 앞에 나타났다 싶었는데 어느새 땅 위에 쌓이는 눈송이.
먼저 우편집배원 농부 경찰관과 그의 아내가 눈이 올 것을 감지한다. 시각으로, 후각으로, 촉각으로, 또 통각으로. 그리고 눈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등장한 뒤 눈이 내린다. 눈은 세상을 온통 바꿔 버린 뒤 밤에 그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눈이 녹는다. 봄이 온다.
저자는 소란스럽지 않게, 눈처럼 고요하게 눈 오는 풍경을 묘사한다. 소박한 이웃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또 저자가 돋보기를 들이대는 곳은 우리가 늘 보아왔던 눈풍경이다. 그러면서 굴 속의 토끼나 홈통까지 작은 것조차 놓치지 않는다. 눈이 오는 것처럼 눈 덮인 세상은 신비하다.
로저 뒤봐젱은 흰색부터 진회색까지 무채색의 배경 위에 노랑 빨강의 강렬한 색상으로 눈풍경을 묘사했다. 변화무쌍한 눈풍경이 경쾌하면서 예쁘다. 1948년 칼데콧상 수상작.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