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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한국생활사박물관'…아하! 그랬구나~

입력 | 2003-02-04 17:29:00


◆한국생활사박물관(8) : 고려생활관 2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103쪽 1만6800원 사계절(초등 고학년 이상)

2000년 처음 나와서 줄곧 호평을 받아온 시리즈의 책답게 공들여 만든 품이 역력하다. 그림, 사진, 편집 등등 하나 하나가 아주 짜임새 있게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술에 있어 몇몇 필자의 민족애와 계몽적 열정이 너무 선연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물론 민족애 자체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열의 자체를 탓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똑같은 의도를 갖고 쓴다 할지라도, 좀 더 거리를 둔 차갑고도 객관적인 듯한 서술 태도가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욱 호소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아쉬운 점을 몇 가지 더 말해 보자. 맨 뒤에 연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구태의연한 역사책 틀을 깨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 때문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아예 안 넣기보다는 이 책의 편집처럼 참신하고 재미있게 연보를 만들어 넣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이야기가 평면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은 탓에 오히려 능동적인 독서가 자극받는 면이 있어 좋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왔다 갔다 헷갈릴 수도 있는 초심자들을 위해 따로 정리해 주는 것도 좋겠다. 또 하나 궁금한 점은 불화 등 수많은 아름다운 유물들의 크기나 보물 여부는 명기되어 있는데, 유독 소장처가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 이 또한 안 넣은 이유가 있을 텐데, 영문을 모르는 일반 독자로서는 그저 아쉬울 뿐이다. 너무나 아름다워 찾아가 보고 싶으니까!

하지만 이런 미진함 때문에 이 책의 미덕이 흐려진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특히 기존의 대중적 역사책이나 사극에서 그다지 다루지 않는 듯하던 고려 후기의 시대상과 그 속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 양 새롭고 각별했다. 무신의 난이며 망이 망소이의 난, 몽골의 침입과 강화도 천도 등 모두 다 학교 국사시간에 들어본 이야기들인데… 각각 해석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시장과 역참의 풍경이나 돈의 유통, 먹을거리와 주점 등등 그날그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와 함께 나타나니 말 그대로 역사가 새롭게 태어나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하나 더. 고려가요의 농밀한 가사들 때문에 고려 하면 뭔가 ‘막 되먹은’ 풍속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 이 책은 ‘고려의 성은 고려 사회가 조선 사회보다 개방적이었던 만큼만 개방적이었을 뿐’이라고 단언하면서 ‘과부는 무조건 수절해야 했던 조선 후기의 경직된 문화와는 분명히 달라서, 머리를 푼 채 공동묘지를 떠도는 여자 귀신이 조선 때만큼은 많지 않았으리라’고 꼬집는다. ‘고려장’ 또한 조선이 고려를 깎아내리기 위해 미신이나 전염병으로 인해 어쩌다 행해졌던 부모유기를 부풀려서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단다!

주미사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