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2억달러에 이어 현대전자도 북한에 1억달러를 보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로운 증언은 이 정권이 국민 모르게 북한에 건네준 돈이 얼마이며 그 의혹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두 계열사에서 보낸 것만 3억달러에 이른다면 ‘4억달러 이상 북한으로 비밀리에 송금됐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친분이 깊은 경제계 원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명예회장이 ‘북한개발권 대가로 6월 정상회담 직전에 싱가포르에 있는 북한 계좌로 5억달러를 넣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또 어느 계열사에서 얼마나 자금이 지원됐는지,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으로 건네진 돈이 모두 얼마인지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
현대 계열사들이 수억달러의 거액을 돈세탁하거나 해외 가공회사를 통해 북한에 송금했다면 그 과정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현대상선이 보낸 2235억원은 돈세탁을 거쳤고, 현대전자의 1억달러는 현대건설의 중동 현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북한개발권에 대한 정당한 거래였다면 그 과정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이런 식의 뒷거래를 했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정부 고위층의 지시 없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밀송금을 주도한 현대아산이사회 정몽헌 회장 등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아울러 정부 내 지시를 한 사람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정부와 현대는 대북 비밀송금 의혹을 철저히 숨기려 했다.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해와 해외신인도 하락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업자금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함부로 사용했다면 그 기업은 책임져야 한다. 당국이 현대계열사 전체를 계좌추적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밝히고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