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환경이 척박했던 1930년대 한국인들은 어떤 병으로 수술을 받았을까.
당시 논문에 따르면 비뇨생식기계 질환과 암으로 수술받은 경우가 많았다. 또 유교의 영향으로 여성의 몸에는 칼을 대지 않았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성의 수술 건수가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국내 처음으로 조직병리검사를 통해 30년대의 질병 유형과 종양 실태를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정리한 논문이 최근 연세대 의대 의사학과(醫史學科)와 동운의학박물관이 의학사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논문에 따르면 전체의 77%인 564명의 성별이 파악됐다. 이 중 여성은 359명(63%)으로 남성 205명(3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장 나이가 어린 환자는 생후 43일의 유아로 꼬리뼈에 기형 종양이 생긴 경우였다. 반면 가장 나이가 많은 환자는 피부암에 걸린 76세의 남자였다. 30대 환자가 총 100명(13.5%)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92명(12.4%)으로 뒤를 이었다.
질병 유형별로는 비뇨생식기계 질환자가 248명으로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이어 피부질환(20%), 소화기계 질환(13%), 림프계 질환(10%) 등의 순이었다.
비뇨생식기계 질환의 구체적 병명은 나타나 있지 않았으나 남성의 경우 전립샘이나 신장 또는 요도염, 여성은 난소 질환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총 411명(55.5%)에게서 종양(혹)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270명인 65.7%가 암(악성종양)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가슴질환자의 65%, 남성 음경질환자의 63%가 암에 걸려 있었다.
조사 대상 740명에는 미국인 18명, 일본인 3명, 영국인 3명, 중국인 2명, 만주인 1명 등 27명의 외국인이 포함돼 있었다.
신동환(申東煥) 연세대 의대 병리학과 교수는 “최 교수의 논문은 현재 각 병원에서 실시 중인 종양등록분석사업의 효시이며 당시의 의료환경과 의료역사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30년대에 이미 그동안 육안으로만 진료했던 관행을 깨고 현대적 조직병리검사 단계로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최동 교수는 누구인가▼
한국 최초의 진단병리의사로 한국 외과병리학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한국인 최초로 법의학을 전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1921년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한 뒤 30년 병리학교수를 거쳐 32년 세브란스의전 이사를 지냈다. 광복 이후 세브란스의전 4대 교장을 지냈으며 교장 재임시 의전을 의과대학으로 승격시키고 예과를 설치했다. 73년 78세에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