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이건 도저히 못하겠어요.”
안세진(대전시청)과 김문정(한국체대)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둘은 7.5m 높이 다이빙대에 아예 주저앉았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밑에선 동료들과 코칭스태프가 연신 “할 수 있어. 파이팅”을 외쳤지만 그래도 다이빙대에만 서면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는데 어쩌랴.
그러기를 한 시간. 울먹이던 안세진이 큰 맘먹고 뛰어내렸다. 첨벙∼. 이제 홀로 남은 선수는 김문정. 격려차 다이빙대에 올라온 후배 임동현(충북체고)의 손을 잡고 가슴을 진정시키던 김문정은 허공속에 몸을 던졌다. 그 짧은 1초를 위해 1시간을 기다린 셈이었다.
5일 아산시 실내수영장에서 이뤄진 양궁 국가대표팀의 다이빙 극기 훈련. 이날의 다이빙은 특이한 극기훈련을 많이 해온 양궁국가대표팀이 짜낸 또 하나의 아이디어였다.
1m에서 시작해 3m와 5m, 7.5m와 10m로 점점 높이가 올라가자 여자선수들은 사색이 됐다.그러나 남자 선수들은 대부분 단숨에 뛰어내렸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시드니올림픽 개인, 단체 2관왕인 윤미진(경희대). 수영을 못하는 그는 1m 높이에서는 사시나무 떨 듯 떨다가 10m까지 높이가 점점 올라갈수록 한 번에 뛰어내리는 대담성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특히 7.5m에선 두 번을 연거푸 뛰어내렸다. 윤미진은 “수건 가지러 올라갔는데 언니들이 못뛰는 거예요. 그래서 용기를 주려고 다시 뛰었죠”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과감하게 활을 쏘는 평소의 스타일 그대로였다.
연 초 한강둔치를 4시간이나 걷는 야간행군을 한 뒤 이번엔 다이빙 훈련을 성공리에 마친 양궁국가대표팀. 다음엔 또 어떤 이색 극기훈련을 시도할지 궁금하다.
아산=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