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 PPL 세러퓨틱스사가 공개한 세계 최초의 복제돼지 5마리. -사진제공 PPL 세러퓨틱스사
《2008년 2월 주부 맹순자씨는 설 명절을 뿌듯하게 보냈다. 몇 해 전까지는 구경하지도 못했던 최고급 한우를 준비해 친지들에게 대접했기 때문이다. 고기를 맛본 친지들의 탄성은 끊이지 않았다. 평범한 주부 맹순자씨가 크게 부담 없는 가격에 최고급 한우를 식탁에 올릴 수 있었을까. 바로 동물복제기술 덕분이다.》
복제동물을 만드는데는 체세포 복제기술을 사용한다. 복제 대상 동물의 체세포를 떼어내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하는 방법으로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제를 통해 태어나는 동물은 체세포를 제공한 동물과 유전정보가 같다. 즉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마치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어내듯이 복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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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나노전자소자
- ③차세대 디스플레이
- ②유비쿼터스 컴퓨팅
- ①초고속 무선인터넷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복제양 돌리는 277번 시도 끝에 한번 성공을 거둬 태어났지만, 현재는 성공률이 10번 중 1번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앞으로 성공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복제성공률이 높아지면 유용한 동물을 대량생산하는 번식기술로 복제기술이 확고히 자리잡게 된다.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후 소, 쥐, 염소, 돼지, 고양이,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이 복제됐다. 그동안 복제동물의 탄생 소식은 우리 실생활과 큰 관련이 없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동물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 기술의 본격적인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복제동물이 식탁에 오를 날은 눈앞에 다가와 있다. 현재 미 식품의약청(FDA)은 복제소의 고기와 우유 등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FDA가 올해 내 복제소를 식용으로 허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역시 곧 허용할 조짐이다.
복제동물이 진가를 발휘할 또 다른 큰 무대는 의약품이다. 인체에 유용한 단백질 등 유용성분을 생산하도록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한 뒤 이 동물을 복제하면 대량으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5년 후면 복제젖소의 우유에서 폐기종, 중풍, 관절염 등 질병의 치료물질을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환자들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황 교수는 인간에게 간, 심장, 허파, 콩팥 등을 제공하는 장기제공용 돼지도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체에 면역 거부반응 없는 장기를 생산하는 돼지가 등장하면 장기이식을 못해 숨을 거두는 환자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인체 이식용 장기의 공급원으로 돼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배아복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를 핵이 없는 동물 난자와 융합하면 복제배아를 만들 수 있다. 복제배아에서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만능세포인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노인성 치매와 심장병, 백혈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미래의학의 핵심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소장은 “당장은 윤리적 문제 때문에 인간보다 동물에 적용하면서 배아복제의 기반기술이 갖춰질 것”이라며 “복제기술 자체보다는 사회적으로 신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복제기술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할 수 있는 질환동물 모델을 제공한다. 또 할리우드의 SF영화 ‘여섯번째 날’에서처럼 개,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의 복제가 일반화될 수 있다. 백두산 호랑이와 같은 희귀동물들도 복제를 통해 멸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재 동아사이언스기자 ec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