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깔아 배를 움직이도록 만든 무대가 돋보였던 뮤지컬 '몽유도원도'.무대미술가 박동우씨의 작품이다
평범한 무대위에 흐르는 강을 만들고, 배를 띄우는 마술사. 바로 무대 미술가다.
국내 정상의 무대 미술가 박동우씨는 “다른 모든 전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무대 미술가가 되려면 우선 대학에서 관련분야를 전공하는게 제일 빠른 길”이라고 권한다.
현재 무대미술과가 개설돼 있는 학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상명대, 용인대, 계원조형예술대 등이 있고 일부 연극영화과에서도 무대 미술을 가르친다.
1년 과정으로 실무교육을 위주로 하는 문예진흥원의 무대 미술 아카데미(02-760-4656)는 대학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분야의 일을 배울 수 있는 곳. 지금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무대미술가 중에는 이 곳 출신이 상당수 있다.
자격은 전문대 이상 학력 졸업자거나 관련 분야 2년 이상 종사자. 하지만 비전공자라고 해도 미술이나 건축 등 관련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대부분인데다 포트폴리오 등을 제출해야 하므로 드로우잉도 할 줄 모르는 ‘완전 초보’는 들어가기 힘들다.
대학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했다고 해도 바로 작품을 맡아 무대 미술가로 데뷔하기는 쉽지 않다. 공연 시장이 아직 좁은데다 이미 10명 안팎의 경력있는 무대 미술가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은 편. 대부분의 경우 졸업 후 경험많은 무대 미술가의 조수로 들어가 도면 그리는 작업 등을 도우며 현장을 익히거나 아니면 무대 장치 제작회사에 들어가 소품 제작 등의 일을 배우게 된다.
뮤지컬 작품의 경우 무대의 비중이 높아 경력 있는 무대 미술가들이 주로 맡지만 적은 예산의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경우 신인 무대 미술가에게도 문이 열려있는 편. 그러나 아직은 선배나 학교 교수를 통해 ‘알음 알음’으로 소개받아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정상급 무대 미술가들의 경우 1년에 10여편 정도를 맡는다. 연극 혹은 뮤지컬만 전업으로 하는 무대 미술가는 거의 없고 대개는 학교에서 관련 과목을 가르치거나 영화, CF, 뮤직비디오, 이벤트 무대 등 다른 장르의 일을 맡기도 한다.
무대 디자인료는 경력이나 작품 규모, 장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은 전체 무대 장치 제작비의 10%선이다. 뮤지컬의 경우 작품 당 무대 디자인료는 대략 300∼700만원 정도. 정상급의 경우 1000만원 가량 받기도 한다. 뮤지컬에 비해 연극은 좀 더 열악한 편.
1년 경력의 한 무대 미술가는 “소극장 연극의 경우 대개 예산이 적은 만큼 신인들은 디자인료를 기대하는 대신 경력을 쌓는 기회로 만족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