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중간첩'의 주인공 한석규.
한석규가 4년 만에 출연한 영화 ‘이중간첩’이 흥행 부진으로 이번 주말 대부분의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다. 극장가에서는 개봉 2주만에 종영한다고 해서 ‘이주간첩’이라는 비아냥거림도 흘러나온다.
45억원의 제작비와 15억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전국 관객이 170만명이 손익분기점이지만, 현 추세라면 100만명선에서 마감할 듯하다.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2003년 가장 보고 싶은 한국영화’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다.
유난히 기대치가 높았던 ‘이중간첩’의 패인은 무엇일까.
제작사 쿠앤필름의 한 관계자는 “‘이중간첩’은 재미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므로, 비평이 호의적이었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매체의 ‘쓴소리’에 그 이유를 돌렸다. 또 코미디 영화들이 극장가를 휩쓰는 풍토가 패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 영화 제작자는 “재미가 곧 코미디는 아니다.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진지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풀 수 있다. ‘이중간첩’은 상업 영화를 지향하면서도 기획에서부터 현재의 트렌드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중간첩’이 배우의 ‘스타 파워’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또 하나의 패착이다. 관객들은 영화 제작자들 만큼 한석규에 대해 기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석규에 대해 잘 모르는 20대들도 적지 않다. 한 영화 제작자는 “마치 영화 관계자들끼리 잔뜩 기대했다가 제 풀에 시들해진 잔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석규가 너무 오래 쉬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혀 놓았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중간첩’이 개봉되기 전, 영화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코미디에만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편향된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걸었다. 그러나 ‘이중간첩’의 완성도와 흥행이 기대에 못미친 현재, 충무로에서는 코미디 일변도의 투자 흐름이 되레 심해지게 됐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