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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김하늘 “욕하고… 술먹고… 너무 망가졌나요”

입력 | 2003-02-06 18:59:00

기존의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좌충우돌하는 과외교사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영화배우 김하늘. 강병기기자


영화배우 김하늘이 요즘 자주 듣는 말은 “많이 망가졌다며?”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그를 보고 하는 말이다. 얼마나 망가졌기에 그럴까.

영화를 보면 그 말도 무리가 아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촌닭 푼수 대딩’ 최수완. 고교를 2년 ‘꿇은’ 동갑내기 학생 지훈(권상우)의 과외선생인 그는 온갖 수모를 겪는다.

지훈으로부터 “촌스럽다”며 ‘복길이’로 불리거나, 납작 가슴 때문에 “완전 평면 명품”이라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심지어 지훈을 좋아하는 호경(김지우)에게 머리채를 잡히기도 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를 버리는 게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김하늘이라는 인간에 너무 갇혀 있었어요. 조금만 ‘오버’해도 스스로 그런 모습을 쑥스러워 했으니까.”

드라마 ‘피아노’에 출연할 때만해도 그는 무척 내성적이었다. 인터뷰를 해도 묻는 말에만 간단히 답할 뿐 좀처럼 웃지 않았다. 당시 그는 “지금의 순수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며 변신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었다. 그랬던 그.녀.가.

“극중에서 ‘썅’ ‘지랄하네’ 등 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저히 못하겠는 거에요. 욕이라는 게 입에 안 붙으면 영 어색하잖아요. 근데 권상우나 김지우씨가 ‘이년 저년’하는데, 설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열받는 거에요. 그래서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며 나도 악을 질렀죠. 그 때 알았죠. 내가 나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났구나.”

출연작에 따라 성격도 바뀌는 것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말도 많고 자주 ‘까르르’ 웃었다. 그가 보인 ‘푼수’ 연기의 절정은 짝사랑하던 대학 선배에게 버림받은 뒤 술을 마시고 주정하는 장면. 혀꼬인 말투로 헤죽헤죽 웃으며 “저 채였어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유리벽에 부딪쳐 얼굴이 뭉개진다.

“맨 정신에 취한 척 하기가 쉽지 않아서 소주를 한 잔 마셨는데 간에 기별도 안 가더라고요. ‘나는 실연했다’고 계속 암시를 주면서 온갖 슬픈 생각을 다 했죠. 실제로는 얼마나 마시냐고요? 저, 술 잘 마셔요. 소주 한 병은 마셔야 취하기 시작하죠.”

실제로 그는 권상우보다 두살 어리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오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그만큼 동갑처럼 티격태격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제가 권상우씨를 막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엔 ‘아우, 어떻게 때려요’ 그래놓고 막상 찍기 시작하면 ‘퍼억’ 때리고….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가식이 없는 사람이라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김하늘을 만난 날은 때마침 입춘(4일). 꽃무늬 상의에 무릎이 살짝 드러나는 면 스커트에서 봄 기운이 물씬 풍겼다.

“벌써 봄이네…. 저 봄비 무척 좋아해요. 비 오면 왠지 예쁜 우산쓰고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요?”

그는 고개를 들어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맞았다.

“광합성해요.”(웃음)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동갑내기 과외하기' 는 어떤영화?

‘소메티메스’.

고교 3년생 김지훈은 섬타임스(Sometimes)를 ‘소메티메스’로 읽는다. 영어 평균 점수는 8점. 과외교사 최수완은 이를 50점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종일 공부에만 매달려도 모자랄텐데 그는 술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싸움꾼이다. 그러나 수완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말 안듣는 학생에겐 “썅, 이것들, 오늘 사고 한 번 쳐?”라며 협박도 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이렇듯 만만치 않은 두 사람의 엽기적인 수업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앙숙이던 두 사람이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가 뻔하지만 코믹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나열해 한 씬(Scene)에 한번씩은 반드시 웃게 해준다.

원작은 최수완씨(이화여대 대학원)가 가톨릭대 재학중이었던 2000년 6월 인터넷에 게재했던 20편의 유머시리즈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다. PD와 방송작가를 거친 김경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12세 이상. 7일 개봉.

김수경 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