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로또보다 박찬호

입력 | 2003-02-07 18:08:00


온 나라가 로또 열풍에 휩싸여 있다. 어디서든 2명 이상만 모이면 그 얘기다. 야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최고인 연봉 6억3000만원의 대박을 터뜨린 이승엽도 1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1등 당첨금 앞에선 그저 보통 사람인 모양이다. 전지훈련중인 하와이에서 아내 이송정씨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복권을 사라고 했다는 얘기다.

‘국보급 투수’로 불리는 선동렬도 천문학적 당첨금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기는 마찬가지. 사실 한국야구사를 통틀어 그만한 선수가 어디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런 그가 일본에서의 4년을 제외하고 11년동안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투수로 군림하면서 벌어들인 연봉 총액은 10억원이 채 안된다. 이승엽이 1년 연봉과 비슷한 액수다. 선동렬로선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을 탓하며 부러운 눈길로 로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확천금이 어디 쉬운 일인가. 45개의 숫자중 6개를 맞혀야 하는 로또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1등 당첨 확률이 800만분의1을 상회한다. 숫자에 약한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벼락을 두 번 맞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생 역전’의 꿈은 또 다시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쉬운 예를 야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박찬호가 바로 그 경우다. 작년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기면서 5년간 총액 6500만달러에 계약한 박찬호는 7년간 LA다저스에서 받은 연봉에 입단 계약금을 합치면 총 1000억원에 이르는 수입이 예상된다.

올해 325만달러에 계약한 김병현과 아직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수준에 머물고 있는 최희섭도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이승엽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내년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그는 잘만 하면 박찬호를 능가할 수도 있다. 다승왕은 벤츠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이승엽은 로또의 환상을 하기 보다는 올 시즌 몸관리를 잘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는 편이 훨씬 대박 확률이 높다. 또 서민들은 박찬호 이승엽 같은 건강한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게 낫다. 평범함 속에 길이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