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라이벌 대결은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늘 불꽃이 튀기기 마련.
LG세이커스 김태환 감독은 여자실업팀 국민은행 사령탑 시절 같은 금융팀과의 경기는 유독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김 감독에 따르면 당시 연승을 달릴 때에도 서울은행 상업은행을 만나면 상대편이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아 막판까지 접전을 벌일 때가 많았다는 것.
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은행팀의 양대 산맥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기도 그랬다.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소게임을 펼친 끝에 국민은행이 단독 선두 우리은행에게 94-9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앞서 치른 2차례 경기에서 우리은행에게 모두 패했던 국민은행은 홈에서 치른 3번째 도전에서 기어이 자존심을 지켰다. 국민은행은 이로써 3연승을 달리며 8승5패를 기록, 삼성생명과 공동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날 국민은행 승리의 주역은 가드 김지윤. 지난달 31일 금호생명전에서 이마를 17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입은 김지윤은 머리띠를 두르고 출전, 경기 내내 코트를 휘젓고 다니며 설욕에 앞장을 섰다.
3쿼터까지 75-69로 앞선 국민은행은 4쿼터 막판 추격을 허용, 82-87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이 위기에서 김지윤이 2차례 결정적인 패스로 동료에게 득점기회를 제공,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김지윤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재역전에 성공한 국민은행은 종료 21초전 신정자가 공격제한시간에 몰려 던진 훅슛이 림을 가르면서 5점차로 앞서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지윤은 17점, 6어시스트를 올렸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99년 신인왕 출신 홀즈클로는 26점, 13리바운드로 테네시대 2년 후배인 우리은행의 타미카 캐칭(21점 7리바운드)을 압도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