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규제’를 위한 국제조약이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로비로 내용이 완화될 전망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총회에서 담배 광고의 금지와 담뱃값 인상을 골자로 하는 담배 규제 국제조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WHO의 조약 초안은 담배규제조약 민간단체연맹(FCA)의 의견을 받아들여 △담배 광고의 완전 금지 △마일드(mild), 라이트(light) 같은 용어의 사용 금지 △담뱃세와 담배가격을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인상 △면세담배 판매 금지 △담뱃갑 면적의 50%에 경고문 표시 △엽연초 재배농가 재정지원 금지 등을 담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WHO가 공개한 조약안은 담배 광고와 판촉활동, 후원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도록 각국에 요구하는 선으로 후퇴했다.
또 담뱃갑 포장과 담배자동판매기 금지 문제 역시 각국이 국내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완화됐다.
이에 대해 국내외 민간단체들은 다국적 담배회사가 많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의 입김 때문에 WHO가 1948년 설립된 이래 처음 추진하는 이번 조약의 내용이 당초 취지와 달리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은 WHO 분담금의 절반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발표, “정부가 담배규제 국제조약의 내용을 약화시키는 어떤 시도와도 타협해서는 안 되고 당초 초안대로 통과되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조약이 WHO 총회를 통과하고 회원국들이 인준하면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한국 정부도 관련 법률을 고쳐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큰 영향을 받게 된다.
WHO는 그동안 담배규제 국제조약과 비슷한 내용의 담배규제결의안을 16차례 채택했으나 구속력이 없어 한국을 포함해 상당수 국가가 결의안을 시행하지 않았다.
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매일 1만명이 흡연관련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연간 사망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담배규제 국제조약 골자▲
1. 담배광고 완전 금지
2. 마일드 라이트 등 표현 사용 금지
3. 담배가격의 물가상승률 이상 인상
4. 담뱃갑 50%에 경고문구 삽입
5. 공항 등 면세담배 판매 금지
6. 엽연초 농가에 보조금 지급 금지
7. 담배밀수 철저 단속
(자료: 한국금연운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