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할 정부 역시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당장 대통령민정수석과 대통령인사보좌관에 시민단체 인사를 내정함으로써 대대적인 인사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조각도 안정보다는 개혁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여서 공직사회 물갈이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직사회를 개혁대상으로 꼽은 것은 역설적으로 역대 정부의 공직사회 개혁이 번번이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도 대체로 비슷했다. 새 집권세력은 단숨에 공직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공직사회의 두꺼운 벽에 갇혀 순치되곤 했다.
현 정부가 공직사회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장급 이상 고위직의 ‘개방형 임용제’가 유야무야된 것도 이 같은 실패사례에 속한다. 노 당선자측이 밝히고 있는 공직사회 개혁안도 현 정부의 개혁정책과 틀을 같이하는 만큼 실패의 원인부터 정밀하게 분석해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아무리 개혁적인 인사가 장관으로 와도 한달이면 공무원관이 180도 달라지게 된다’는 공직사회의 통설은 개혁의 이론과 실제에 차이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몇 걸음 못 가 주저앉는 역대 정부의 어설픈 개혁에 대한 야유라고도 할 수 있다. 노 당선자측이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거 공직사회에 수혈하려는 것도 공직사회의 배타적인 고리부터 끊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몇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첫째, 인적 수혈은 충격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곧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둘째, 공직사회에 새로운 실세그룹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새 집권세력의 ‘우리사람 심기’로 비쳐져 공직사회의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외부영입 인사들의 실무경험 부족으로 인한 국정혼선을 경계해야 한다. 국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은 개혁 못지않게 중요하다.
임채청기자 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