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아, 이제 아빠랑 놀아라. 엄마는 먼저 잔다.”
야간 당직을 하고 지친 몸으로 새벽에 집에 가니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승민이를 나에게 떠맡기고 잽싸게 침대로 ‘슬라이딩’ 했다.
샤워를 하는 동안 혼자가 된 승민이는 짜증이 나는지 칭얼거리다가 이윽고 “으앙” 울음보를 터뜨렸다.
고요한 새벽에 아파트가 떠나가라 악을 쓰며 울어대는 승민이.
“애가 울든 말든 내팽개쳐두고 잠만 자고 있으니…. 도대체 아기 엄마 맞아?”
잠은 쏟아지는데 승민이는 말똥말똥, 도통 잠잘 기색이 없다.
“승민아 왜 이렇게 잠을 안 자는 거니? 제발 부탁인데 잠 좀 자라.”
우리 부부는 밤이 두렵다. 밤마다 치르는 승민이 잠재우기는 사람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고통이자 일종의 전쟁이다. 웬만한 체력을 가진 나지만 새벽까지 버티는 것은 정말 힘겹다. 승민이와 치르는 전쟁의 클라이맥스는 ‘막판 잠투정’. 깊은 잠이 들기 전 30분 동안 잠들지 못하고 계속 보채는데, 안아줘도 달래도 소용이 없다.
생후 4달이 돼도 승민이는 여전히 밤낮을 모른다. 자정이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져 오전 3, 4시가 돼야 제대로 잠이 든다. 낮에는 세상 모르고 잠을 잔다.
생후 2개월까지는 원래 밤낮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3, 4개월부터는 부모가 노력을 해야 한다. 낮에는 주위 환경을 밝게 하고 젖을 평상시보다 많이 먹인다. 또 밤에는 조명을 어둡게 하고 분유나 모유는 양을 조금씩 줄여나간다.
밤에 분유를 많이 먹여 재우면 오줌 때문에 오히려 더 자주 깨기 마련이다. 아기가 밤에 깨 울더라도 바로 안아주지 말고 스스로 다시 잠들기를 몇 분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등을 톡톡 두드려서 다시 재우거나 밤에 목욕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낮에 덜 재우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는 밤에라도 아기를 잘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놀아주는데 그러다 보면 한껏 신이 난 아기가 새벽까지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한다. 맞벌이 부부에겐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부부는 아기 잘 재우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해 볼 생각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