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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증시산책]로또복권-주식 다른점 같은점

입력 | 2003-02-09 18:43:00


로또복권은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복권 판매액의 50%만 당첨금이고 나머지는 복권사업자와 정부가 나눠 갖는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은 그들이 낸 돈의 절반도 가져가지 못한다. 8일 저녁 1등에 당첨돼 64억343만7900원(세전 기준)이나 받은 사람이 13명이나 되고, 400만명이 1만원 이상을 받았지만 한푼도 못 건진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카지노와 경마도 마찬가지다. 꿈을 잘 꾼 극소수는 일확천금의 기쁨을 누리지만 원금을 날려버리고 스트레스까지 함께 받는 사람이 더 많다. 하면 할수록 게임 참여자는 손해고 ‘고리’를 떼는 정부와 국민은행, 강원랜드와 과천경마장은 돈을 번다.

포커나 고스톱은 ‘제로섬 게임’이다. 잃는 사람의 돈만큼 그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딴다. 주가지수선물·옵션도 개인들이 잃은 만큼 외국인이나 기관이 따는 제로섬 게임이다.

반면 주식투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게임의 성격이 달라진다. 주가가 오를 때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익을 보고 일부만 손해를 봐 손실보다 이익이 큰 ‘플러스섬 게임’이 된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는 대부분이 손해를 보고 일부만 돈을 벌기 때문에 마이너스섬 게임이 될 수 있다.

복권·카지노·경마와 포커·고스톱 및 주식투자는 돈 놓고 돈 먹는 ‘머니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복권은 100% 운에 좌우되고 포커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여전히 운이 승패를 결정짓는다. 반면 주식투자는 실력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실력 없이 주식투자에 나서 돈버는 개인이 5%도 안 되기 때문에 주식투자나 복권, 고스톱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주식에서 돈 잃은 투자자들이 한방으로 만회하기 위해 선물·옵션에 손댔다가 손실이 커지자 이번에는 로또복권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다. 1만원에 당첨된 340만명과 40억∼200억원의 꿈을 꾸는 사람들은 이번 주도 ‘로또 재벌’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복권으로 부자 된 사람은 거의 없다. 운 좋게 한두 번 당첨되더라도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기 때문에 재산으로 남지 않는다. 오히려 한탕주의는 삶도 날려버린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실력을 쌓으면 돈도 확실하게 벌고 국가경제에도 기여하는 주식투자가 훨씬 좋은 게임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