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면 우리 사회가 따뜻하고 정감 있지 않겠어요.”
전 재산을 털어 ‘인천 예절원’을 짓고 있는 이근배(李根培·52·인하대 출판팀장), 문정희(文貞姬·51·한국차인연합회 인천시지회장) 부부는 ‘예절 교육이 왜 필요한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학교에선 버릇없는 학생을 보면서 가정 교육을 탓하고, 가정에서는 예절교육을 학교에 미루는 현실이 안타까워 예절원을 짓기로 결심했다”고 이씨 부부는 말했다.
인천 예절원은 2001년 6월 설립됐지만 그 동안 인천고 100주년 기념관과 남구 주안4동 노인회관 등을 빌려 사용해 왔다.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청소년 예절학교’와 ‘시민 문화학교’를 열어 호응을 얻었지만 자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장소 마련이 절실했던 것.
결국 부부는 노후를 생각해 사 두었던 땅에 전원주택 대신 예절원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건축비 마련이 걱정이었다. 시민을 대상으로 예절 교육을 가르칠 공간을 마련한다니 투자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던 것.
주변에선 “그렇게 풍경이 좋은 곳에 갈비집이나 차리는 게 어떠냐. 돈은 얼마든지 투자하겠다”며 속 모르는 제의를 해오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정 들었던 집을 처분했다. 여기에 20여 년 동안 고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받은 부인 문씨의 퇴직금 전액을 보탰다.
‘예절원을 짓는데 얼마나 들었느냐’는 질문에 이씨 부부는 대답 대신 미소만 띠었다.
인천예절원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 200여평의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로 2개동(棟)으로 나누어 짓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이씨는 원장을, 부인 문씨는 기획이사를 각각 맡게 된다.
3월부터 초중고생을 위한 ‘청소년 예절학교’와 성인 대상의 ‘시민문화학교’를 개강한다.
청소년 예절학교는 학교 특별활동과 방학을 이용해 인사법과 전화예절, 친척의 호칭, 한복 입기, 족보, 전래놀이, 공중도덕, 인터넷 예절, 인천의 역사 등을 가르치게 된다.
시민문화학교에서는 관혼상제와 경조사의 글 쓰기, 음식예절, 태교, 차 예절, 호칭·지칭 등을 가르칠 예정.
‘맷돌 돌리기’ ‘국수 돌리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잊혀지는 고유의 풍습과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문씨는 교사를 그만둔 뒤 전통 떡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떡과 한과 등을 팔아 운영비로 사용할 생각에서다. 문씨는 “청소년들이 전통 문화 속에 담긴 예의와 예법을 제대로 익히게되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