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화가 선풍적 인기랍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는 올 1월 셋째 주부터 연속 3주 아동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2001년 8월 발간된 뒤 40만부가 팔리는 ‘대박’입니다.
돈 말고는 다툴 이유가 없는, 선량하지만 가난한 부부의 외동딸 키라는 ‘돈 때문에’ 불행합니다. 하지만 말하는 개 ‘머니’를 만나 돈의 중요성을 깨닫고 ‘노동’에 참가하면서 부자가 되어갑니다. 저자인 보도 섀퍼의 체험이 녹아 있어 전개가 구체적이고 실감나지요.
교보문고 아동부문 10대 베스트셀러에는 이 밖에도 ‘10원으로 배우는 경제이야기’‘이야기로 배우는 어린이 경제교실’ 등 경제서적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조기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이지요. 하지만 인식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아무리 경제동화를 읽고 경제교육을 받는다 해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식이 행동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2001년 9·11테러로 주가가 폭락하자 많은 사람들은 “지금 주식을 사면 돈을 벌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주식을 산 사람은 많지 않았죠. 기회를 놓친 뒤 “다음엔 두고 봐라”고 다짐했겠지만 이들에겐 항상 ‘다음엔 기필코…’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심어줘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설날에 유심히 관찰해보니 세뱃돈을 받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에게 돈을 맡기더군요. 어려서부터 ‘돈이란 부모가 대신 관리해주는 것’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자녀가 직접 돈을 보관하면서 은행에 넣게 하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9, 10세 정도만 되면 맡겨도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국내 금융환경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금융권 어디에도 아이들을 위한 금융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가 어린이들의 경제활동을 격려할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번 아이들에게 세제혜택이 큰 연금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일부 국가도 어린이용 금융상품에는 세제혜택을 듬뿍 줍니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어린이의 경제교육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참에 어린이들에겐 저축 의욕을 북돋워주고 부모들에겐 용돈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넘길 만한 인센티브를 주면 어떨까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